유튜브 ‘문화유산채널’에 올라온 ‘국가무형문화재 제87호 명주 짜기’가 조회 수 239만 회를 넘기며 ‘문화유산을 활용한 마음 치유 콘텐츠’(K-ASMR) 시리즈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영상은 업로드 열흘 만에 100만 뷰를 돌파하고 4400여 개 댓글이 달리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다큐’와 진배없는 ‘명주 짜기’ 문화재 영상 한 편이 유튜브에서 대박 난 이유는 무엇일까?
‘명주 짜기’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누에를 쳐서 고치로 명주를 짜는 길쌈’이라고 정의돼 있다. 뽕나무와 누에고치로 명주실을 만들고 날실 끝에 말코를 매 명주 짜기 준비를 마친 뒤 베틀을 움직여 명주를 짜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 자율감각 쾌락 반응으로 뇌를 자극해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누에가 뽕잎을 갉아먹는 빗소리와 닮은 ‘두둑’ 소리부터 거칠고 뭉툭한 시골 할머니가 길쌈하는 소리 등이 사람들의 귀를 열게 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문화재에 대한 대중의 눈높이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유튜브 문화유산채널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로 문화재를 접한 사람들은 우리 전통의 멋을 주목하게 된다.
특별할 것 없이 명주 짜기의 전 과정을 담은 25분짜리 영상에는 손과 발로 베틀을 앞뒤로 밀어 당길 때 나는 ‘탁탁’한 소리와 누에나방의 애벌레가 뽕잎을 갉아먹는 소리와 같은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소리로 가득했다. 이 소리들은 사람들의 뇌를 자극하며 눈과 귀를 열게 했다.
해당 영상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중심으로 ‘K-ASMR’로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많은 이들에게 존재감을 알렸다. 실제 한국문화재재단이 제작한 ‘국가무형문화재 제87호 명주 짜기’ 영상 시청자의 66.9%가 20~30대로 확인됐다.
이와 같은 문화유산 영상이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끈 요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ASMR의 영향력으로 풀이된다. 김한태 한국문화재재단 콘텐츠기획팀장은 “문화유산채널을 개설하고 다양한 영상을 선보였지만, 일부 영상을 제외하곤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면서 “이에 ‘가치있는 문화유산’에서 ‘재미있는 문화유산’으로 초점 변화를 고민한 끝에 ASMR을 주목하게 됐다”고 했다. K-ASMR 시리즈는 ‘코로나 블루’로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요즘, 자연의 소리와 감각적인 영상을 통해 ‘힐링 콘텐츠’로 다가간 것이다.
유튜브에 게시된 명주 짜기 ASMR은 젊은이들에게 ‘문화유산은 재미없는 것’이라는 편견을 뒤집었다. 구독자들이 문화유산채널을 ‘힐링 공간’으로 찾을 만큼 파급효과가 대단했다.
문화유산을 360도 카메라로 소개하는 ‘360도 VR 영상’도 반응이 좋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갇힌 사람들은 VR 영상을 통해 주왕산 폭포를 거닐고, 천연기념물 제421호 문섬·범섬 바닷속을 헤엄치고, 간헐적으로 개방되는 창덕궁 희정당 내부를 자유롭게 산책했다.
문화유산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영상들은 조회 수와 댓글에서 그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구독자들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세계 문화유산 영상을 다 찾아봐도 이만큼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영상이 없다”며 찬사를 했다.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문화유산이 주는 위안을 스토리로 풀어내는 양질의 콘텐츠는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자칫 멀게 느껴질 수 있는 문화재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힐링 콘텐츠로 접할 수 있는 공간, 이게 바로 유튜브의 순기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