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보아(본명 권보아·34)가 향정신성의약품을 해외에서 밀반입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일본지사 직원의 무지에 의한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향정신성의약품을 어떻게 대리 처방받을 수 있었는지, 향정신성의약품을 어떻게 국제우편을 통해 보낼 수 있었는지 등의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형사부는 전날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몰래 들여온 혐의로 보아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보아는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일본 지사 직원을 통해 해외에서 처방받은 향정신성의약품을 국내 직원 명의로 반입하려다가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적발된 의약품에는 졸피뎀보다 오남용 우려가 심해 법률상 ‘다’ 목으로 분류된 약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테인먼트는 17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최근 건강검진 결과, 보아는 성장 호르몬 저하로 인해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아 처방받은 수면제를 복용했으나 어지러움과 구토 등 소화 장애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났다”며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해당 직원과 이야기를 나눴고, 일본 활동 당시 현지에서 처방받았던 약품에 부작용이 없었던 것을 떠올렸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리인 수령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현지 직원이) 병원에서 확인을 받고 정상적인 절차를 받아 약품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직원은 성분표 등의 서류를 첨부하면 일본에서 한국으로 약품 발송이 가능하다는 것을 현지 우체국에서 확인하고, 해외에서 정상적으로 처방받은 약품이라도 한국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하지 못한 채 성분표를 첨부해 한국으로 약품을 배송했다”며 “무역·통관 실무·절차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던 직원의 실수로 발생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소속사의 해명에도 풀리지 않은 의혹이 존재하고 있다. 일본에서 졸피뎀과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이 대리 처방이 가능한지, 그리고 향정신성의약품을 국제우편을 통해 배송하는 것이 가능한지 등이다.
일본에서는 원칙적으로 의사 진찰 없이 환자에게 처방전을 내주지 못하도록 법으로 명시돼 있다. 의사법 제20조에 따르면, 의사가 진찰하지 않고 치료를 하거나 진단서 또는 처방전을 교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감염 방지를 위해 환자가 직접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전화나 온라인 등의 비대면 방식으로 진료·처방을 받는 ‘원격의료’가 가능해졌다. 후생노동성에서는 4월 10일 발표한 ‘사무 연락’을 통해 “환자로부터 전화 등으로 진료 요구를 받은 경우, 의료기관의 의사는 초진부터 해당 의사의 책임 하에 의학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한 범위에서 전화나 정보통신기기를 이용한 진료로 진단이나 처방을 해도 무방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후생노동성의 ‘사무 연락’에서는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의 처방을 해서는 안 된다”는 예외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즉, 코로나19 유행 이후 환자가 직접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졌지만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은 비대면 진료를 통한 처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현재 보아가 밀반입 혐의를 받는 물품은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이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되는 것을 의미한다. 오남용될 가능성과 위험의 정도에 따라 ‘가’에서 ‘마’까지 세분돼 있으며, 적발된 ‘졸피뎀’을 비롯해 알려지지 않은 ‘다’ 목 약품도 향정신성의약품에 포함된다.
‘성분표를 첨부하면 해외 배송이 가능하다는 우체국의 안내를 듣고 약을 발송했다’는 직원의 해명에도 의혹이 존재한다. 향정신성의약품을 국제우편을 통해 송·수신하는 행위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엄격히 금지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본 우체국에 따르면, 국제우편을 발송할 때 국제마약통제위원회가 정하는 마약 및 향정신성 의약품, 각 수신국에서 금지된 기타 부정한 약물을 금지품으로 지정하고 있다. 다만 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해선 의료 또는 학술상의 목적으로 발송되는 것을 인정하는 국가로 소포우편을 보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으면 여행자 본인이 직접 소지한 자가치료용 마약류 의약품의 반입이 가능하며,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 위험성 예방을 위해 최대 허용 기간인 90일 분량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향정신성의약품을 소포 또는 국제우편을 통해 송수신하는 행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엄격히 금지돼 있으며, 어떠한 이유로든 소포 발송돼 세관에 적발되는 경우는 반송되거나 폐기 처리된다.
법무법인YK부산의 김범한 형사법전문변호사는 “만약 일본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의 대리 처방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보아는 국적이 우리나라고 한국에 있어서 일본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범한 변호사는 “해외에서 신고 없이 향정신성의약품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밀반입”이라며 “향정신성의약품을 누구 이름으로 보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제 받는 주체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만약 실제로 (밀반입을) 알았다면 죄가 될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