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 배방읍 '요진와이시티' 아파트. 이곳에선 18일을 전후해 아파트 호가가 1000만 원 이상 뛰고 있다. 이달 초 4억~5억 원대에 거래된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은 지금은 7억 원까지 호가한다.
이 아파트 가격이 뛰고 있는 건 이웃 천안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다. 천안 부동산 시장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규제 지역인 아산으로 수요가 옮겨오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0일 현재 아산시 아파트 매물은 2588건으로 규제 직전인 16일(2846건)보다 10.0% 줄었다. 나흘 새 아파트 200채 이상이 팔렸거나 주인이 물건을 거둬들였다는 뜻이다.
배방읍 Y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조금씩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집 주인들도 가격이 더 오를 거란 기대에 호가를 높여 부르고 있다"며 "공주, 논산 같은 소도시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는데 천안 바로 옆, 충남에서 두 번째로 큰 아산이 규제를 안 받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다른 비규제지역도 마찬가지다. 분양가에 1000만 이하 원 웃돈(프리미엄)을 얹어주면 주택 전매가 가능했던 '삼계 삼정그린코아 더 베스트'에선 전용 84㎡형 분양권 프리미엄이 3000만 원을 넘어섰다. 부산시와 창원시, 동서가 나란히 부동산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김해시는 풍선효과(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에서 새로운 문제가 생기는 현상)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규제 풍선효과가 돌고돌아 규제지역으로 돌아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번 규제로 사실상 농ㆍ어촌이나 접경지역 소도시를 뺀 수도권 전역이 부동산 규제 하에 묶였기 때문이다. 지난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선 조정대상지역인 고양시(0.88%)가 비규제지역이었던 파주시(1.11%ㆍ17일 조정대상지역 지정)에 이어 가격 상승률 2위에 올랐다. 규제지역 중 저렴한 집값에다 서해선 연장 등 교통 호재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주 부동산원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4%로 전주(0.03%)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재건축 호재가 있는 강남 고가 아파트 단지가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는 게 부동산원 해석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재건축 조합 설립을 앞둔 아파트 호가가 수억 원씩 뛰고 있다. 전세난에 매매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세입자가 늘면서 중ㆍ저가 아파트도 꾸준히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급등장이 지속될지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오히려 수도권 전반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매매수요가 서울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회귀할 우려가 제기되는바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