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사상 최악 실적"…정유4사, 올해 적자 5조 원 육박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55.90달러, 약 305% 폭락한 수치다. (연합뉴스)

국내 정유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올해 5조 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석유제품 수요와 정제마진이 모두 저조하면서 2014년 기록한 사상 최대 적자보다 6배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S-OIL) 등 국내 정유 4사는 올해 3분기까지 4조8074억 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규모는 SK이노베이션이 2조2439억 원으로 가장 컸으며, 에쓰오일(1조1808억 원), GS칼텍스(8680억 원), 현대오일뱅크(5147억 원) 순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 대유행)에 따른 국가 차원의 이동 제한 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또,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정제마진’은 올해 평균 배럴당 0.36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통상 정유업계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정제마진 기준은 배럴당 4달러다.

4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코로나19 재확산세와 이에 따른 석유제품의 수요도 제한될 것으로 보이며 재고평가 이익 감소와 정제마진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적자는 1257억 원으로 추정되며, GS칼텍스도 재고평가 이익 효과가 사라지면서 적자로 다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에쓰오일은 영업이익 412억 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며, 현대오일뱅크도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예상이 현실화되면 정유업계의 영업적자는 사상 최악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산유국 간 유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폭락하며 각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정유 3사가 7510억 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낸 바 있다.

정유업계의 회복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라 휘발유, 항공유 등의 수요 회복이 시작되고 정제마진 역시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