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이 자회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본격화면서, 비 항공 계열사의 매각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두 달 만에 레저업체의 2곳의 처분을 공식화하는 등 주력 사업 위주의 재편이 시작된 것이다. 비 항공 계열사 매각으로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칼은 골프장 운영업체 제동레저의 지분 전량을 230억 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자기자본 대비 1.20% 수준으로 자금 확보 차원에서다.
앞서 대한항공의 계열사인 왕산레저를 매각하기로 한 이후 두 번째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칸서스자산운용, 미래에셋대우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주요 계약조건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진칼은 정부가 한국산업은행을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하는 것과 함께, 비 항공 계열사의 매각을 통해 회생을 도모하고 있다.
한진칼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까지 누적 1657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이 4166억 원에 달하는 등 현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항공산업 지원을 공식화한 만큼 자구책으로 비 항공자산을 매각으로 최대한 운영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비 항공 계열사는 한진관광(318억 원), 토파스여행정보(총자산 392억 원), 와이키키리조트호텔(218억 원), 칼호텔네트워크(5774억 원), 정석기업(2727억 원·부동산임대사업) 등으로 모두 처분하면 1조 원 수준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한진칼 주가는 연이은 자산매각과 5000억 원의 유상증자 등으로 하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산업은행에 배정한 유상증자 물량 706만2146주의 신주 상장일은 22일이다. 이 물량이 시장에 풀리지 않겠지만, 투자심리를 위축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됨으로써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반대 측이었던 KCGI 등 3자 연합이 지분 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올해 4월 20일 10만9500원을 기록한 이후 등락을 반복하면서 천천히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현재(21일 오전 9시40분 기준) 6만 원대가 무너지며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투자심리 지표인 외국인과 기관계 자금도 계속 이탈하고 있다. 법원이 KCGI의 유상증자 반대 가처분을 기각한 이달 1일부터 외국인들은 46억 원어치 순매도했고, 기관은 136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증권가는 아직 추가 하락도 열려있다고 보고 있다. 목표주가 3만1000원을 제시한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 종료에 따른 지분경쟁 프리미엄이 제거될 경우 동사 주가의 급격한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