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새해 증시 투자전략으로 ‘선(先) 리스크 관리, 후(後) 수익률 극대화’를 제시했다. 내년 증시는 코로나19 출구전략 이슈와 글로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새로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변수다. 바이든은 미국 패권 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에 대해 이미 강력한 경고를 했다. 최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대만계인 캐서린 타이 하원 세입위원회 수석 고문을 지명하면서 중국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대응이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증권사 CEO들은 미국의 선수가 바뀌지만, 기존 미·중 관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점에 주목했다.
5대 증권사 CEO들은 31일 이투데이가 실시한 ‘2021년 증시 전망’ 설문을 통해 이같이 예측했다. 이들은 새해 코스피지수를 2500~3300선 사이로 전망하며 지난해보다는 목표수익률을 한 단계 낮춰 잡을 것을 권했다.
국내 증시는 꿈의 지수라 불리는 코스피 3000포인트, 코스닥 1000포인트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5대 증권사 CEO들이 제시하는 새해 투자전략은 유동성 장세를 염두에 두고 투자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코로나19 출구전략 이슈가 제기되고 경기회복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해 ‘브이(V)’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커 리스크를 통제하며 강세장에 대비하라는 주문이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하반기 또는 2분기 말부터는 미국과 중국의 소비 고용 등 실물지표가 본격적으로 살아나면서 국내 증시도 3000선 안착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증권사 CEO들은 상반기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며 2분기 이후 상승장을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새해 투자수익률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CEO들이 제시한 새해 증시의 키워드도 이런 내용이 주류다.
김성현 KB증권 대표는 “코스피의 3~4월 인플레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리스크 및 공매도 재개(3월15일) 등으로 국내 증시의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코스피 순이익이 2020년 대비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달러화 약세 흐름에 기반을 둔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속할 가능성 △ 초저금리에 기반한 개인들의 증시 참여가 계속되는 점 등은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역시 “2021년 세계 경제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고, 2020년 대비 상장기업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해 국내 증시도 양호한 성과를 보일 것”이라며 “연준을 중심으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환경도 지속될 전망이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변수도 적지 않다는 것이 국내 증시 리더들의 판단이다.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을 경우 올해보다 수익률 기대감은 낮춰야 한다는 조언이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기본적으로 증시 여건은 대체로 양호하다”면서 “다만 금리·주가의 할인율 상승 가능성, 인플레 조짐 가시화시 연준 스탠스 변화에 대한 우려, 미·중 분쟁 가능성, 글로벌 빅테크 규제 가능성 등은 기대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 부회장은 내년 하반기로 가면서 국내외 금리상승 부담이 누적되고 내후년 실적 둔화 전망이 선반영되면서 주춤해질 여지가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도 증권사 CEO들은 주식 투자를 유망 투자처로 꼽고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특정 업종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에서 이익기여도 상승이 예상된다는 점은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증시의 경우 컨택트 업종과 대형 가치주, 경기민감주들이 좋은 성과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 역시 내년 유망 재테크 투자처로 미국, 중국, 국내 주식 등 주식 전반 투자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