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2금융권 마통 절반 이상 차지
서울 중위권 대학을 졸업한 김주연(29·가명) 씨는 20대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대출)로 집을 산다는 이 같은 제목의 언론 보도를 볼 때마다 우울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소위 ‘대기업’에 들어가 열심히 돈을 모았지만 2000만 원 남짓 학자금 대출을 갚고 나면 생활비 쓰기에도 빠듯하다. 주연 씨는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 얻으면 부모 세대보다 잘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면서 “이제 평생 월급으로 돈 모아봤자 빚내서 아파트 산 친구들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주연 씨는 “규제가 심해지기 전에 왜 남들처럼 ‘영끌’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에 “그럴 여력이 없었다”고 항변한다. 학자금 대출도 남았는데 어떻게 또 빚을 낼 수가 있냐는 얘기다. 주연 씨는 “부동산에 투자했느냐 안 했느냐의 선택으로 또래 20대들과 출발선이 달라졌다”며 “20대 집주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를 볼 때마다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양극화 심화…박탈감 느끼는 20대 = 학자금 대출 갚기도 바쁜 20대 청년들은 ‘영끌’ 현상을 놓고 ‘남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실제로 학자금 대출 상환이 어려워 ‘마이너스 통장’이나 2금융권 대출을 받는 20대가 늘어나는 추세다. 기존 취업난에 코로나19까지 닥쳐 취업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학자금 대출을 6개월 이상 장기 연체한 신용불량자는 4만6195명으로 2015년(2만7647명)에 비해 1.7배나 증가했다. 연체액 역시 2783억 원으로 같은 기간 2배 증가했다.
특히 청년층의 신용등급이 나빠져 파산에 이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마이너스 통장 이용자 중 20대가 절반이 넘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채무조정을 신청한 20대는 2015년 9500여 명에서 지난해 1만2455명으로 30% 이상 늘었다. 20대 파산 신청 인원도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전체 파산 신청은 15.4%(5만3801명→4만5490명) 감소했지만 20대의 파산 접수 인원은 1.2배(691명→833명) 증가했다.
◇미래 불안한 20대 빚 내서 투자 = 주연 씨는 지난달부터 주식 공부를 시작했다. 뭐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에서다. 여윳돈이 없었던 주연 씨는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그는 “부동산에 투자할 돈은 없었고, 소액으로 투자할 만한 투자처가 주식 시장뿐이었다”며 “주변에서도 빚내서 투자해도 수익을 보는 경우가 많아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연 씨와 같은 20대 ‘빚투족’이 급증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이 확보한 증권사 6곳(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의 신용공여잔액 자료에 따르면 2017년 3119억 원이던 20대의 신용공여잔액은 올해 6월 말 7243억 원으로 13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39.4%)와 40대(22.4%), 50대(15.1%)보다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신용공여잔액은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총액이다.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족’이 많이 늘어난 것은 젊은 세대들이 직면한 경제 상황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자산이 부족한 20대들에게 목돈이 필요한 부동산 등 기존 투자처는 문턱이 높은 장벽이다. 주식 투자는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다. ‘빚투 현상’이 온라인을 통한 정보 습득이 빠르고 투자에 공격적인 90년대생에서 나타나는 세계적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강섭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젊은층이 ‘가진 것이 없으니 잃을 것 없다’는 식의 유혹과 군중 심리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