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방구석] 캠핑 갈 때만 즐긴다? 집에서도 따뜻하게 '불멍'

입력 2021-01-0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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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밖에도 못 나가고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계신가요? 유튜브, 넷플릭스는 이제 지겹다고요? 여기 남다른 취미로 재밌는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독특한 취미로 가득한 '남다른 방구석'을 엿 보며 여러분의 일상도 다채롭게 꾸며보세요.

▲회사원 김용재 씨가 만든 직접 만든 에탄올 난로. 그는 방송에서 에탄올 난로를 사용하며 '불멍'하는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겨 직접 솜씨를 발휘했다. (사진제공=김용재)

캠핑의 전유물이었던 '불멍'이 집콕 취미로 유행하고 있다. 불멍이란 말 그대로 '불을 보며 멍때리기'의 줄임말로, 화로나 난로에 불을 피운 채 불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최근 날씨가 추워지고 코로나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집 안에서도 불멍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회사원 김용재 씨는 최근 직접 에탄올 난로를 만들었다.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에탄올 난로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흥미가 생겨 직접 솜씨를 발휘했다. 본인을 두 아들을 가진 평범한 아빠라고 소개한 용재 씨는 스트링아트, 도둑게 사육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취미부자로, '송송파파'라는 이름으로 일상생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용재 씨는 내열 유리와 난로용 에탄올을 제외하고 스테인리스 저장 용기, 어항용 바닥재 등 모든 재료를 다이소에서 마련했다. 방송에 등장한 에탄올 난로의 가격은 24만 원대였지만, 에탄올을 뺀 DIY 난로의 재료비는 모두 합해 2만 원을 조금 넘었다.

▲에탄올을 담는 용기 주변을 바닥재로 채워주면 용기가 고정되며 바깥 용기로 열이 전달되는 걸 막아준다. (사진제공=김용재)

에탄올 난로 제작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난로의 베이스가 되는 큰 스테인리스 용기에 가장 굵은 자갈을 깐 뒤, 에탄올을 담는 작은 용기를 넣는다. 용재 씨는 1000원짜리 스테인리스 조미료통을 에탄올 용기로 사용했다. 그다음 작은 용기 주변을 어항용 바닥재로 채우고 상부에 크기에 맞는 내열 유리를 씌우면 된다. 용재 씨는 "예쁜 난로도 시중에 많지만, 나만의 난로를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DIY 난로의 매력을 설명했다.

용재 씨는 난로를 제작할 때 재료 선택 시 내열 유리를 가장 먼저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내열 유리는 별도로 제작하지 않는 이상 시중에서 찾을 수 있는 크기가 한정적이지만, 난로의 베이스가 되는 부분은 재질이나 크기 면에서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그는 또 "연료가 되는 에탄올을 선택할 때, 소독용 에탄올이 난로용 에탄올보다 저렴하긴 하지만 연소 후 정제수가 남는다"라며 "에탄올을 구매할 때 이 점을 참고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벽난로 영상을 TV 화면에서 재생하면 실제로 불을 피운 듯한 따뜻한 느낌이 난다. (안유리 기자 inglass@)

더욱 간단하게 버튼 하나로 불멍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유튜브나 OTT 서비스의 벽난로 영상을 틀어놓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길이가 약 1시간 정도 되는 4K UHD 고화질의 벽난로 영상을 제공하는데, 불빛 색깔이 분홍색인 '브라이트 특별판'도 있다.

유튜브에는 크리스마스트리 옆 벽난로부터 해리포터 그리핀도르 기숙사 방 벽난로까지 다양한 콘셉트의 벽난로 영상이 게재돼 있다. 국내 유튜버보다 해외 유튜버가 제작한 콘텐츠가 더 다양하니, 유튜브에 영어 단어 'fire place'(벽난로) 검색을 추천한다.

벽난로 영상 역시 실제 불멍 못지않게 심리 안정에 효과가 있다. 2014년 앨라배마 대학의 크리스토퍼 린 박사가 226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실제 불꽃 영상을 보고 난 뒤 참가자들의 혈압이 지속해서 감소했다. 불꽃 영상을 더 오래 시청할수록 참가자들의 긴장감은 더욱 풀어졌다. 크리스토퍼 박사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과거 인류가 불을 통해 생존하고 사회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금도 불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과거 인류에게 불은 더없이 귀중한 도구였다. 불은 초기 인류에게 따뜻한 열을 제공하고, 사냥을 돕고, 포식자와 곤충을 내쫓고, 어두운 곳을 밝혀줬다. 크리스토퍼 박사는 "과거 인류는 불 주변에서 친구를 사귀고, 사회적 교류를 통해 안정감을 느꼈다"며 "현재 우리가 불을 보며 느끼는 안정감 역시 여기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용재 씨와 가족들의 손길이 닿은 소품들 사이로 에탄올 난로가 불을 밝히고 있다. 에탄올 난로 역시 자체로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사진제공=김용재)

지금도 불은 우리의 마음에 따뜻한 안정감을 불어 넣어 준다. 용재 씨가 처음 에탄올 난로를 만들 당시, 그의 아내는 "촛불을 켜면 되지 집에서까지 무슨 불멍이냐"며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난로에 불을 붙이자 아내 역시 아름다운 불꽃 모양에 반했다고.

8세, 11세의 두 아들 역시 불꽃 모양을 보며 "동물 모양 같다", "불의 정령 같다"는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그는 친한 이웃에도 난로를 선물한 뒤 따뜻한 감사 인사를 돌려받기도 했다.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자와 북극 한파로 추운 날씨에 몸도 마음도 추운 요즘, 불멍을 통해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밝혀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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