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개혁 없으면 잃어버린 10년 올 수도” 경고
세계은행(WB)이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4%로 잡았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비관했다.
5일(현지시간) WB가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4.3%로 추정됐다. 이는 2차 세계대전 후 -9.8%의 성장률을 나타낸 1945년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다만 이는 지난해 6월 전망한 -5.2%보다 상향 조정된 것이다.
WB는 올해 경제 성장률을 4%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6월 예측치보다 0.2%포인트 하향된 것으로, 코로나19의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고 봉쇄가 심화하며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가 이어진 영향이다. 내년 성장률은 3.8%로 예상했다.
WB는 “세계 경제가 영구적인 충격을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고 백신 공급 속도가 더디면 올해 성장률은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WB는 향후 10년간 경기 침체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잃어버린 10년’의 시작을 우려한 것이다. WB는 지난해 6월 2020~2029년 세계 잠재 성장률을 2.1%로 평가했는데, 이번에는 이를 1.9%로 낮췄다. 아이한 코세 WB 경제 전망 담당 국장은 “역사에 비추어 봤을 때, 실질적인 개혁이 없다면 세계 경제가 향후 10년간 실망스러운 결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잃어버린 10년에 대비하기 위해 백신 접종만 기다릴 수는 없다”며 “정책 당국자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경제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부채에 의존하는 대신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공중보건과 부채 관리, 경제 구조 개혁 등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맬패스 총재는 이어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을 극복하고 투자 역풍에 맞서려면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하고 노동과 시장 유연성을 높이며 투명성과 거버넌스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WB는 선진국 경제가 지난해 -5.4% 역성장했지만, 올해는 3.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EMDE)은 작년 -2.5%에서 올해 5.0%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따로 제시되지 않았지만, 한국과 중국 등이 포함된 동아시아·태평양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7.4%로 다른 지역보다 높았다. WB는 중국의 강력한 경제 회복세가 이 지역의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팬데믹이 끝나고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지역 내 경제 활동은 올해 말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할 전망이다. WB는 동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경제에 위협이 되는 요소는 ‘점차 높아지는 국가 부채와 개인 채무 비율’이라고 지적했다.
유럽과 중앙아시아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하고 지정학적 긴장까지 남아있어 올해 지역 경제의 75%가 침체 위기다. WB는 이 지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3.3%로 예측했다. 중남미에 대해선 이보다 나은 3.7%를 제시하며 “코로나19 조치가 완화하고 주요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며 지역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원유 가격 하락으로 지속적인 손실이 있을 것이라며 올해 2.1% 성장할 것으로 봤다. 지정학적 긴장 상태는 올해 경제 성장을 방해할 요소로 지목됐다. 이 밖에 남아시아는 3.3%, 남아프리카는 2.7%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