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차세대 소아마비 백신 공급에 나선다. 소아마비는 폴리오(Polio) 바이러스가 신경계를 감염시켜 팔, 다리 마비 등 영구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전염병이다.
LG화학은 전 세계적으로 재유행 중인 소아마비 질환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구호기구인 유니세프와 올해부터 내년까지 총 8000만 달러(약 870억 원) 규모로 소아마비 백신 ‘유폴리오(Eupolio)’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유폴리오’는 약독화 바이러스(독성이 약해진 바이러스)를 이용해 화학적으로 바이러스의 병원성을 없애는 공정을 추가로 거친 차세대 사(死)백신으로, 기존 생(生) 백신(약한 독성의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백신)보다 안전하다. 최근 발생하는 대부분 소아마비는 생백신을 복용한 아이들의 분뇨 등에 남아 있는 바이러스가 식수에 섞여 지역사회로 퍼지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에 LG화학은 지난해 12월 말 WHO로부터 ‘약독화 사백신(Sabin IPV)’으로는 세계 최초로 국제구호기구 백신 공급을 위한 필수 심사인 ‘PQ(Pre-Qualification)’ 승인을 받았고, PQ 승인 후 제품의 우수성을 바탕으로 3주 만에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 체결 다음 달부터 중동, 아프리카,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 70여 개국에 공급을 시작하게 된다.
이번 계약으로 LG화학은 유니세프 전체 조달물량의 20% 이상을 공급해 유니세프 Top3 소아마비 백신 공급사로 진입하게 됐다. LG화학은 2022년까지 유폴리오 생산능력을 두 배 확대해 소아마비 백신 공급난 해소를 통한 전 세계 아동 공중보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LG화학은 생백신에서 사백신으로 접종 전환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백신 수급난이 점차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2014년 말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개발에 나섰다. 실제로 2014년 WHO는 소아마비 사백신 공급난으로 인한 바이러스 재유행을 막기 위해 ‘전 세계 위기상황(State of Emergency)’을 처음 선포한 바 있다.
LG화학은 개발 초기부터 적극적인 설비 투자로 임상 제품 생산과 공정 개발을 빠르게 진행했고, 전 세계 보건 관련 최대 후원 단체인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은 2017년부터 유폴리오 및 유폴리오 기반 6가 혼합백신 과제에 총 5760만 달러(약 630억 원) 규모를 지원해왔다.
LG화학은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의 지원과 효과적인 임상 및 허가 전략을 바탕으로 10년 가까이 걸리던 개발 기간을 6년으로 단축해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다.
손지웅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유니세프 등과 범세계적인 협력모델 구축을 통해 LG화학이 소아마비 백신 글로벌 주요 공급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라며 “전 세계 사람들이 감염병에서 벗어나게 될 수 있도록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이번 ‘유폴리오’ 공급을 포함해 총 3개(’96년 B형간염백신 ‘유박스’, ’16년 5가 혼합백신 ‘유펜타’)의 백신을 국제구호기구 등을 통해 전 세계에 공급하게 됐고, 현재 추가로 ‘유폴리오’를 기반으로 한 6가 혼합백신 임상 2상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