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극우 SNS 팔러, 아마존 고소…인터넷 정화 vs. 표현의 자유 거세지는 논쟁

입력 2021-01-1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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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러 “서비스 중단, 정치적 적대감 따른 결정”
소수 민간 대기업에 막대한 권한 부여 우려 고조
메르켈 “표현의 자유 제한은 법에 근거해야”

▲핸드폰 화면에 미국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앱인 트위터(왼쪽)와 팔러의 로고가 띄워져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 공룡들이 국회의사당 난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촉발한 극우 소셜미디어와 콘텐츠를 상대로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서면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혼란과 폭력을 조장하는 콘텐츠를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민간 기업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 제기된다.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디지털 세계에서 의사당 난입이 어려운 화두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극우 소셜미디어 팔러는 아마존이 자사를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차단한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팔러는 “AWS의 결정은 정치적인 적대감에 따른 것”이라며 “환자의 생명 유지 장치를 끊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AWS는 30일 이내에 접속 차단 방침을 알렸어야 했다”며 계약 위반임을 지적했다.

아마존은 서비스 차단 당시 “팔러의 폭력적인 콘텐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AWS의 약관을 준수할 효과적인 절차가 없다”고 지적했다. 팔러의 소송이 제기된 후 아마존은 “팔러의 게시물에 폭력을 조장하는 내용이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며 “팔러가 게시물을 식별하고 제거하는 것을 꺼린다는 점은 우리의 서비스 약관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IT 대기업들의 의사당 난입과 관련한 유해 서비스 제재는 이날도 계속됐다. 페이스북은 대선 사기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문구인 ‘도둑질을 멈춰라’를 언급한 모든 콘텐츠를 삭제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팔러에 이어 극우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에 대해서도 제재에 들어갔다. 팔러 클라우드 사용 중단 하루 만에 이날 자사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큐어넌 관련 상품을 내리기 시작했다고 밝힌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트위터 본사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 삭제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로이터연합뉴스
그동안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했으며 아마존과 애플, 구글 등은 팔러와 같은 앱에 손을 대지 않는 등 중립성을 중시했다. 이로 인해 온통 잘못된 정보와 가짜뉴스가 판을 치게 됐다. 이제 IT 기업들이 반대로 유해 콘텐츠 제한에 나서면서 민주당과 진보주의자들이 이를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NYT는 “이런 움직임은 누가 온라인에 머물 수 있는지 누가 그렇지 않은지를 결정하는 권한이 민간기업에 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NYT는 9일에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트럼프 계정 중단 조치와 관련해 “현재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며 “소수의 사람이 우리의 공개 담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졌다”고 우려했다. 진보 성향의 NYT는 그동안 가짜뉴스 억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대표적 매체이지만, 소수 민간 대기업에 이런 막강한 권력을 주는 것에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이다.

트럼프의 앙숙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차단한 트위터를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 대변인은 이날 “총리는 트위터 제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는 법에 근거해야지 특정 기업이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IT 기업 규제의 핵심인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 가능성이 커졌다. 이 법에 따라 지금까지 IT 기업은 이용자가 불법적인 콘텐츠를 올려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기업의 역할을 플랫폼으로만 해석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IT 기업이 가짜뉴스와 폭력적인 콘텐츠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화당은 보수적인 게시물을 편향적으로 검열한다는 이유로 각각 230조 개정을 별러왔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230조 개정에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그 목표는 상반됐다. 이는 표현의 자유 등 중요한 가치를 지키면서도 사이버 세상이 오염되는 것을 막는 방법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상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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