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민간 대기업에 막대한 권한 부여 우려 고조
메르켈 “표현의 자유 제한은 법에 근거해야”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극우 소셜미디어 팔러는 아마존이 자사를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차단한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팔러는 “AWS의 결정은 정치적인 적대감에 따른 것”이라며 “환자의 생명 유지 장치를 끊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AWS는 30일 이내에 접속 차단 방침을 알렸어야 했다”며 계약 위반임을 지적했다.
아마존은 서비스 차단 당시 “팔러의 폭력적인 콘텐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AWS의 약관을 준수할 효과적인 절차가 없다”고 지적했다. 팔러의 소송이 제기된 후 아마존은 “팔러의 게시물에 폭력을 조장하는 내용이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며 “팔러가 게시물을 식별하고 제거하는 것을 꺼린다는 점은 우리의 서비스 약관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IT 대기업들의 의사당 난입과 관련한 유해 서비스 제재는 이날도 계속됐다. 페이스북은 대선 사기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지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문구인 ‘도둑질을 멈춰라’를 언급한 모든 콘텐츠를 삭제한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팔러에 이어 극우 음모론 집단인 큐어넌에 대해서도 제재에 들어갔다. 팔러 클라우드 사용 중단 하루 만에 이날 자사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큐어넌 관련 상품을 내리기 시작했다고 밝힌 것이다.
앞서 NYT는 9일에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트럼프 계정 중단 조치와 관련해 “현재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준다”며 “소수의 사람이 우리의 공개 담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해졌다”고 우려했다. 진보 성향의 NYT는 그동안 가짜뉴스 억제에 목소리를 높여온 대표적 매체이지만, 소수 민간 대기업에 이런 막강한 권력을 주는 것에 경각심을 갖게 된 것이다.
트럼프의 앙숙이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차단한 트위터를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 대변인은 이날 “총리는 트위터 제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는 법에 근거해야지 특정 기업이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IT 기업 규제의 핵심인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 개정 가능성이 커졌다. 이 법에 따라 지금까지 IT 기업은 이용자가 불법적인 콘텐츠를 올려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기업의 역할을 플랫폼으로만 해석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IT 기업이 가짜뉴스와 폭력적인 콘텐츠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화당은 보수적인 게시물을 편향적으로 검열한다는 이유로 각각 230조 개정을 별러왔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230조 개정에는 의견이 일치했지만, 그 목표는 상반됐다. 이는 표현의 자유 등 중요한 가치를 지키면서도 사이버 세상이 오염되는 것을 막는 방법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상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