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고장을 ‘현저한 상품성 훼손’으로 판단, 관련법 개정 따라 신청 자격도 확대
신차 구매 후 같은 고장이 반복될 경우 제조사(또는 수입사)가 이를 교환ㆍ환불해 주도록 한 이른바 ‘자동차 레몬법’의 첫 번째 사례가 나왔다.
이번처럼 판단 근거와 사례가 쌓이고 레몬법 신청 대상이 확대되는 만큼, 유사 판정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수입차 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ㆍ하자심의위원회’는 메르세데스-벤츠 소유주 A씨가 제기한 반복된 고장을 ‘신차 결함’으로 인정, 수입사에 '동일 신차 교환' 판정을 내렸다.
2019년 1월 관련법 시행령이 시작된 이후 교환판정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 위원회의 결정은 대법원 판결에 준하는 법적 효력을 지닌다.
차주 A씨는 이른바 ‘스톱&고’ 시스템의 고장이 반복되자 신차 교환을 요구했다. 도심 주행 때 연료소모를 줄일 수 있는 장치다. 위원회는 "안전과 무관하지만, 상품성 현저하게 훼손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배경을 밝혔다.
신차 교환ㆍ환불을 명시한 이른바 레몬법은 2018년 BMW 화재사고를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됐다. 다만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지난해 초에는 “시행 1년 동안 관련법 적용 사례가 0건”이라는 시민단체의 비판도 이어졌다.
그러나 안전ㆍ하자심의위원회 입장은 다르다. 위원회 관계자는 “중재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 청구인(소유주)과 피청구인(제조사)이 상호 합의하면 그 즉시 위원회의 중재가 중단된다"라며 “그동안 최종 판정이 0건이었을 뿐, 그 뒤에는 30여 건의 교환ㆍ환불 사례가 존재했다. 그만큼 법 개정의 순효과가 있었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향후 교환ㆍ환불 판정 사례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위원회 측의 전망이다. 이번처럼 ‘상품성의 현저한 훼손’이라는 사례와 기준이 나온 만큼, 유사한 결함 또는 고장에 대한 판정이 당위성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레몬법 신청 자격도 확대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수입차 구매자 가운데 약 38%가 법인 구매다. 여기에는 장기렌터카와 리스차 등도 포함된다. 이런 차의 소유주는 그동안 "법적 소유주가 아니다"는 이유로 교환 환불 신청자격조차 얻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 정치권이 관련법 개정에 나서면서 장기렌터카와 리스차 계약자도 교환 또는 환불을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초 신차 교환ㆍ환불 신청 대상에 법인차를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태 의원은 본지에 "리스나 장기렌터카 고객까지 레몬법 적용 대상이 된다면 차 고장에 따른 사고 위험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비자 형평성 문제가 해소되면 교환ㆍ환불 사례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