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국장에 규제 강경론자를 내정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함께 월가 양대 감시기구인 CFPB 수장에 규제론자가 발탁되면서 월가가 긴장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로힛 초프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을 CFPB 국장으로 내정했다.
CFPB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와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2011년 신설했다.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CFPB 창설을 주도했다. 워런 의원의 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초프라 위원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CFPB의 학자금 대출 옴부즈맨으로 활동했고 부국장까지 지냈다.
초프라 위원이 의회에서 인준을 받을 경우, 자신이 일했던 조직의 수장으로 복귀하게 된다.
초프라 위원은 FTC 위원으로 일하면서도 규제 관련 강경 입장을 보여왔다. 2019년 FTC가 개인 정보 유출 혐의로 페이스북에 5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 벌금을 물리자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바이든 당선인이 이 같은 강경론자를 CFPB 수장에 내정한 것을 두고 트럼프 유산 지우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첫해인 2017년 11월 CFPB 폐지론자였던 측근 믹 멀베이니 당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을 대행에 임명했다. ‘부국장 대행직 자동승계’를 명시한 관련법 조항까지 어기며 이전 정부의 규제 강화에 제동을 걸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약화된 CFPB의 입지를 되돌리게 되는 셈이다.
앞서 바이든 당선인은 초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게리 겐슬러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을 발탁한 바 있다.
겐슬러는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CFTC 위원장을 맡아 금융시장의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SEC와 CFPB, 월가 양대 감시기구 수장에 규제 강경론자를 지명, 엄격한 규제 예고에 월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