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장주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투자와 메모리 반도체 경기 반등으로 시가총액 500조 원을 가뿐히 넘어서고 있지만, 경쟁사 TSMC의 격차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뒤늦게 파운드리 확장에 뛰어든 삼성전자가 TSMC의 시총을 넘을지 관심이 쏠린다.
21일 삼성전자 시총은 583억 원 수준으로 TSMC 640조 원과 약 60조 원 차이다. 삼성전자와 TSMC 사이에 현대차(55조 원) 보다 넘는 간격이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주력 부문인 메모리 반도체(D램)와 휴대전화(모바일), 글로벌 가전제품 등에서 세계 선두권에 자리 잡고 있고 파운드리 시장에도 본격적인 확장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TSMC는 반도체 위탁생산만을 주력으로 삼성전자보다 높은 가치를 유지할 만큼 파운드리 시장의 입지는 굳건하다.
지난주 실적 컨퍼런스콜에선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250억~280억 달러(약 27조~31조 원)로 발표했다.
TSMC는 이미 지난해 설비투자가 170억 달러 수준이고, 올해 설비투자 컨센서스(시장 추정치)가 180억~190억 달러이었기 때문에 이번 투자 계획에 글로벌 증시 전체가 놀라고 있다. 최근 반도체 생산기업들의 잇따른 생산 포기와 자체 개발 반도체 주문량의 증가로 기존 생산 능력을 훨씬 넘어선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신사업으로 낙점한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만의 TSMC는 매년 영업현금흐름(OCF)의 60~70%를 설비투자에 투입해 왔고, 올해는 80~90%로 확대시킬 계획을 발표했다"며 "메모리 및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전반적으로 공급 부족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시점에서 TSMC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도 설비투자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운드리 1위 TSMC가 설비투자조차도 크게 앞서 나간 반면,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부재까지 겹치면서 격차 줄이기가 쉽지 않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을 전 분기 (18.5%)보다 소폭 떨어진 17.8%로 내다봤다. TSMC는 3분기 점유율 50.5%에서 4분기에는 52.7%로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대로라면 삼성전자가 0.7%포인트 줄어드는 사이에 TSMC는 2.2%포인트 올라 양사의 격차는 34.9%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증권가에선 향후 삼성전자의 설비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설비투자 59억 달러(6조4882억 원)로 전년 대비 136.0% 증가했다. 시스템반도체(CPU)를 포함한 파운드리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9.5%, 80.4%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7나노 공정뿐만 아니라, 대형 사이즈 칩셋에 대한 양산 경험 등 기술적 관점에서도 인텔 반도체 생산 유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신규 고객 대응을 위해 즉각적인 설비투자 증설에 필요한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