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후보 경선이 ‘흥행 위기’다. 하지만 정작 후보들은 위기감이 크지 않은 듯하다.
지금까지도 민주당의 공식 서울시장 후보는 우상호 의원 한 명뿐이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사의를 표하면서 출마가 확정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출마선언은 하지 않았다.
그간 야권에서 10명이 넘는 후보들이 우후죽순 일어나 세간의 관심을 끌 때 우 의원 홀로 조용히 정책공약들만 차근차근 발표해왔다. 그러면서 켜진 흥행 ‘빨간불’에 한 때 제3의 후보 영입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에게 사실상 거절당했고 박 전 장관이 나서게 됐다.
결국 경선은 우 의원과 박 전 장관 2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지난 2018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패배했던 두 후보가 그대로 재수를 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이목을 끌만한 신선함은 일단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차기 서울시장 여론 조사상 지지율도 야권에 밀리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진 여파다. 박 전 시장이라는 유력주자에 가려졌던 모호한 후보 두 명으로 ‘부동산 지옥’을 뚫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후보는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을까.
우선 우 의원은 21일에도 착실히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지하철 1호선 지상구간을 지하화해 그 위에 녹지와 공공주택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발표 직후 드디어 2파전으로 확정된 경선 구도에 대해 입을 뗐다. 박 전 장관에 대한 ‘돌려 깎기’가 나왔다.
그는 “박 전 장관도 원내대표를 했고 저도 원내대표를 했다. 우리 당 안에서 비교될 텐데, 저는 안정된 리더십으로 지휘능력을 보여줬다고 의원들의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는 박 전 장관이 지난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인사영입 등에서 반발이 일어나자 탈당까지 운운하며 갈등을 일으킨 끝에 사퇴했던 때를 겨냥한 것이다.
전날 장관 후임이 지명돼 자연인이 된 박 전 장관은 무얼 하고 있을까.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그는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할 일이 하나도 없다. 하루 각 잡고 생각이라는 걸 깊이 해보겠다”며 “오늘은 쉬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박 전 장관이 사의를 표한 후 곧바로 출마선언을 할 것이라 예상했다. 서울에서 여권이 지지율상 밀리고 우 의원의 ‘나 홀로 레이스’로 관심이 쏠리지 않는 상황이라 서두를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박 전 장관은 쉬겠다며 느긋한 모습이다.
아직 출마선언도 하지 않은 상대 후보를 ‘돌려 깎는’ 우 의원, 경선 흥행위기로 속이 타는 당을 두고 쉬겠다는 박 전 장관.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