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A빌라는 한 달 만에 값이 5000만 원 올랐다. 전용면적 45㎡ㆍ대지권 29㎡인 이 빌라는 지난 연말 7억5000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집주인은 이번 주 초 7억8000만 원으로 값을 올리더니 주말엔 8억 원까지 부르고 있다.
이 지역 빌라값을 올린 건 공공 재개발 기대감이다. 공공 재개발은 공공재개발은 공기업 참여ㆍ임대주택 기부채납 등 공공성을 갖춘 재개발 사업에 분양가 상한제 면제, 용적률 상향, 인ㆍ허가 간소화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다. 공공 재개발 사업 도입이 발표된 후로 빌라 시장엔 집집마다 새 아파트 입주권이 나올 거란 기대감에 부풀고 있다.
공공 재개발 기대감에 하루가 다르게 빌라값이 오르긴 서울 성북구 장위동도 마찬가지다. 장위동 W빌라(전용 62㎡ㆍ대지권 30㎡)도 2주 만에 값이 4000만 원 올랐다. 이달 중순 4억9000만 원에 나왔던 물건이 지금은 5억3000만 원까지 호가한다. 마지막으로 거래된 2018년만 해도 2억 원이 안 되던 집이었다.
W빌라가 속한 옛 장위8구역도 공공 재개발 사업을 유치하려 한다. 장위동 일대 장위뉴타운에서 8구역뿐 아니라 9구역과 11구역, 12구역이 공공 재개발에 뛰어들었다. 과거 재개발을 추진하다 서울시 정책과 내부 갈등 등으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곳들이다. 이들 구역은 공공 재개발 사업을 유치해 '부활전'을 노린다.
공공 재개발을 둘러싼 빌라 시장 열기는 이달 초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공공 재개발 1차 사업지를 발표했을 때도 드러났다. 일부 구역에선 반지하 빌라 가격이 10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투자 수요가 달라붙었다. 서울시가 1주일 만에 이들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실거주 목적 외 매매를 차단할 정도였다.
투자 수요만 빌라 가격을 띄운 건 아니다. 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내 집 마련에 지친 서민들도 빌라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연립주택 중위 전셋값(가격 순으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 있는 가격)은 연초 2억6621만 원에서 2억8536만 원으로 7.1% 상승했다. 절대가격만 보면 서울 다른 주택보다 저렴하지만 상승률로는 3.8% 오른 아파트나 5.6% 오른 단독주택보다 높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최근 빌라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개발 호재뿐 아니라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저평가받는 중ㆍ저가 빌라라도 사려는 수요가 더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함 랩장은 "빌라를 사려면 매입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투자용으로 빌라를 산다면 정비사업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대지 지분을 얼마나 가졌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