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자금 블랙홀, 코로나19로 불안한 미래 곳간부터 채우자”

입력 2021-01-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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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3일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최대 1500억원의 증액발행을 검토 중이다. 기관을 대상으로한 수요예측에서 1100억원 모집에 2860억원의 자금이 몰린데 따른 것이다. 대법원의 DICC 소송 관련 원심파기가 호재로 작용했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현대제철은 최근 친환경 경영의 일환으로 발행하는 ‘녹색채권’에 2조7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흥행했다. 이는 예정 금액 2500억원을 8배나 초과한 규모로, 회사 측은 회사채 발행액을 5000억원으로 늘렸다.

재계 순위 선두권 대기업 계열사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블랙홀 처럼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대부분 AA급 이상의 높은 신용등급에 그룹 후광까지 등에 업은 발행사들은 기관투자가의 풍부한 수요를 바탕으로 자금조달의 고삐를 당긴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A등급 기업들까지 회사체 시장에 뛰어든다.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헬리비전, 현대제철, 신세계푸드, KT, 현대오일뱅크, 한라홀딩스 등 회사채 발행 규모를 늘렸거나, 늘려 발행할 예정이다.

기업들은 발행금액을 늘려 곳간을 채운다.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자금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KT는 무보증 회사채 총 20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1조3400억원어치 주문이 들어왔다. 300억원을 예정한 10년물에는 1400억원, 초장기채인 20년물 400억원에도 2400억원 규모 청약이 몰렸다. KT는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회사채를 최대 4000억원어치로 증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텔롯데는 최대 3000억원의 회새채를 증액 발행할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3년물로 1000억원 모집에 6600억원, 5년물로 500억원 모집에 2700억원을 받아 총 1500억원 모집에 9300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한라홀딩스는 총 1000억원규모의 회사 모집을 앞두고 진행한 기관 수여예측에 6850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다음달 2일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 한라홀딩스는 최대 1500억원의 증액발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8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이날 진행한 수요예측에는 3800억 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신세계는 발행금액을 1000억원으로 늘려잡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으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우량등급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나금융투자 김상만 연구원은 “상위등급 신용스프레드가 상당부분 축소되면서 고금리를 위한 투자수요가 하위등급에 까지 이어지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투자심리를 훼손시킬만한 요인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험자산선호를 바탕으로 A급 업체들 역시 수요예측에 뛰어들고 있어 고금리를 노린 투자자들의 수요는 이어질 전망이”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 자료를 보면 국내 기업의 지난해 주식과 회사채 발행액은 194조4832억원으로 전년보다 10.8% 증가했다.

주식 발행은 157건, 10조9164억원이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액은 183조5668억원이었다. 이중 일반 회사채 발행액은 7.2% 감소한 42조55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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