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단일화 위해 안간힘…국민의힘 "선거 직전 극적 단일화" vs 안철수 "나로 정하자"
홍준표ㆍ김문수 '극우 막말'도 패배 원인…지금도 조수진ㆍ오세훈ㆍ주호영ㆍ이언주 줄줄이 막말 논란
4월 재보궐 선거는 야권에는 마지막 기회와 같다. 탄핵정국 이후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까지 연패한 데다 내년에는 차기 대선이 예정돼있어서다. 하지만 지난 선거 때와 유사한 현상들이 나타나면서 야권에서 ‘패배의 복선’이라는 불안이 감돈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핵심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이다. 그 때문에 비할 수 있는 최근 선거는 2018년 지방선거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52.79%라는 압도적인 득표로 당선됐다.
박 전 시장의 지지세가 독보적이라 야권 패배는 어쩔 수 없었다는 분석도 있지만, 야권이 분열해 3파전이 되면서 보수표가 결집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후보는 각기 23.34%와 19.55% 득표수를 기록했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합치면 42%로 박 전 시장에 한참 못 미치지만, 던지지 않은 표가 40%를 넘기에 야권 단일화로 표가 모였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야권이 서울시장 단일화를 두고 시끄러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3파전에서 패배한 바 있으니 어떻게든 단일후보를 만들어 보수표를 결집하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제3의 후보는 지방선거 때와 같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야권으로서는 패배의 기억이 더 선명해진다.
안 대표는 이를 활용해 먼저 국민의힘에 단일화 제안을 여럿 던지고 있다. 자신의 선거완주 여부가 문제인 만큼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지금 안 대표에 끌려가면 자당 후보가 자칫 들러리가 될 수 있어서다. 될 수 있는 한 최후까지 미루며 자당 후보의 지지세를 끌어 올린 후 극적으로 단일화를 해 흥행도 노린다는 복안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양당의 최종후보가 정해지고 팽팽하게 경쟁하며 선거 직전까지 같이 지지세를 올려야 단일화의 컨벤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벌써 단일화를 하자는 건 안 대표가 국민의힘은 후보를 내지 말고 그냥 ‘나로 결정하라’고 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선거 패배의 복선은 막말 논란이다. 지방선거 때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종북’ ‘뜨내기’ ‘나라를 통째로 넘긴다’는 등 자극적인 표현을 썼고, 김문수 후보는 태극기 집회 한 가운데서 극우적이거나 세월호 참사를 왜곡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야권에서는 막말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고민정 민주당 의원을 ‘후궁’에 빗대 여야 간에 공중전이 벌어졌고, 오세훈 후보는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해 총선에서 고 의원에 패배한 이유를 서울 광진을에 대해 호남 출신·30~40대·조선족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해 파문이 일었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인 이언주 전 의원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선거에 한 달에 수억 원씩 들어간다”고 말해 불법 선거자금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야권의 망언에 민주당도 못지않은 막말로 맞받으면서 여야 모두 논란에 휩싸이는 상황이다. 오 후보에 대해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우상호 의원이 ‘일베(일간베스트, 극우 성향 커뮤니티 사이트) 정치인’이라고 칭했고, 주 원내대표를 향해선 김경협 의원이 “국민의 귀를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공업용 미싱을 선물로 보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