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인투자자들과 공매도 세력 간 전쟁이 상품시장으로 옮겨붙었다. 개미들의 공격적인 투자에 은(銀)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은괴와 은 동전을 취급하는 미국 주요 거래 플랫폼이 밀려드는 주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머니메탈스, SD불리온 JM불리온, 에이피엠이엑스 등 온라인 귀금속 판매업체들은 전례 없는 은 수요에 주문을 더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아르젠트에셋그룹의 로버트 히긴스 최고경영자(CEO)는 “종일 주문 전화를 받고 있다”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 주문에 불을 붙인 진원지는 개미들의 본거지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이다. 지난주 레딧에서 은을 매수해 ‘쇼트 스퀴즈(공매도 투자자들이 쇼트 주문 커버나 손실 방지를 위해 상품이나 주식 매입해야 하는 상황)’를 끌어내자는 글이 올라오자 개미들이 공격적인 매수에 나선 것이다. 트위터에서는 ‘#silversqueeze(실버스퀴즈)’ 태그가 유행하고 있다.
이런 이상 열풍은 그대로 가격에 반영됐다. 뉴욕상품거래소(NYEMX)에서 은 3월물 가격은 지난주 5% 이상 뛰고 나서 이날 최대 8.5% 폭등하면서 온스당 29달러 선을 넘기도 했다.
은 현물과 세계 최대 은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실버트러스트 모두 지난주 최소 5% 이상 뛰었다. 은 선물과 현물 가격 모두 지난해 8월 중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CNN에 따르면 레딧에서 공매도 세력과의 결전을 주도했던 주식정보 토론방인 ‘월스트리트벳츠’에서 지난달 27일 은과 아이셰어스실버트러스트 ETF를 타깃으로 삼자는 글들이 올라오면서 은 매수세가 급격하게 일어났다. 한 월스트리트벳츠 사용자는 “아이셰어스실버트러스트를 공략하면 작은 헤지펀드들이 아니라 대형 은행들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사용자는 “JP모건체이스가 오랫동안 귀금속 가격을 억눌렀다”며 “이번에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이다. 다들 은을 잔뜩 사자”고 주장했다. JP모건은 지난해 귀금속과 채권시장 가격을 조작해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에 대해 9억2000만 달러(약 1조 원) 벌금을 냈다.
은 수요가 폭발하면서 은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보유하는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피터 토머스 재너그룹 수석 부사장은 “매도세가 씨가 말랐다”면서 “우리가 무엇을 팔든 사람들은 그것을 계속 보유하고 있다. 은 유입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증시에서 공매도 세력과 일전을 치른 개미들이 전장을 다른 자산 시장으로 옮겼다고 평가했다. 개미들의 타깃이 된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달 29일 67%, AMC는 53% 각각 폭등했다. 게임스톱 공매도 전쟁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패퇴한 헤지펀드 멜빈캐피털 운용 자산은 한 달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멜빈의 운용 자산은 지난해 초만 해도 125억 달러에 달했지만, 공매도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현재 80억 달러로 줄어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