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성장하며 1월 기준 사상 최대…SUV 전략 확대+멕시코 공장 효과
기아의 1월 기준 미국 판매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 현지판매 실적도 앞질렀다.
2일(현지시간) 기아 미국법인은 1월 한 달 동안 전년 대비 11.4% 증가한 4만4965대 판매했다고 밝혔다. 1월 기준 사상 최대치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미국 판매는 기아보다 1500여 대가 모자란 4만3394대에 그쳤다. 현대차도 전년 대비 2.3% 증가했으나 기아의 상승세(11.4%)가 더 컸다.
기아의 새 기록은 SUV와 신차가 주도했다. 텔루라이드와 니로 판매는 1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 이밖에 SUV 제품군이 전체 판매의 66.7%를 차지하며 새 판매기록을 견인했다.
기아 미국 법인은 “판매 상승 궤적과 긍정적인 추진력이 기록적인 1월 매출을 만들었다”라며 “올해 도입 예정인 신차 5대를 선보이면 이런 추세가 지속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밝혔다.
그동안 기아의 미국 판매는 현대차를 꾸준히 추격해 왔다. 지난해 기아의 미국 판매는 총 58만6105대로 현대차(63만8653대)의 91.7% 수준까지 상승했다.
여전히 현대차가 더 많이 팔리고 있지만 1992년 기아가 현지 법인(KMA) 설립 이후 이런 격차는 점진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방향성만 따져보면 연간 판매기준 현대차 추월도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2000년대 초 양사의 플랫폼 통합 작업 이후 현대차는 편의 장비를 보강하고 배기량을 늘리며 ‘니어 럭셔리’를 추구했다. 이와 달리 기아는 공격적인 이미지와 주행성능을 강조하며 ‘스포티(Sporty)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이를 통해 단계적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실제로 2005년 기아의 미국판매는 현대차의 60.6% 수준. 그러나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기아의 미국시장 약진이 본격화됐다.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의 주도한 ‘디자인 경영’ 효과가 본격화될 무렵이었다.
2010년 등장한 중형세단 K5(현지명 옵티마)를 시작으로 기아의 미국시장 성장세가 뚜렷해졌다. 덕분에 2011년 기아차의 미국 판매는 현대차의 75.1% 수준까지 치고 올라갔다. 조지아 공장도 본격가동하며 힘을 보탠 시기다.
여기에 SUV와 RV, 크로스오버 중심으로 구축한 제품군도 2010년대 이후 미국 자동차 시장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지속 성장 중이다.
2015년 연간판매가 처음으로 현대차 판매의 82.1%를 차지하며 80%대에 올라섰고, 지난해에는 현대차 판매의 92% 수준까지 오른 셈이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가 현대차에서 분리되면서 기아와의 격차는 더 좁혀졌다.
제네시스의 1월 미국 판매는 2814대에 달해 지난해 1월(1399대) 대비 101.1%가 늘어났다. 작년 연말부터 판매를 본격화한 GV80 효과가 컸다.
100% 울산공장 생산분이 수출되는 제네시스와 달리 현재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미국 현지에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을 가동 중이다. 두 곳 공장 모두 현대차 아산공장을 베이스로 건설한, 연산 30만 대 생산능력을 지닌 똑같은 공장이다.
각각 30만 대 생산능력을 가진 현지 공장을 하나씩 두고 있는 셈. 지난해 현대차(63만8653대)의 미국판매는 60만 대를 넘겼고, 기아(58만6105대)는 여기에 소폭 못 미쳤다. 현지 판매의 절반 안팎을 현지공장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절반은 수출물량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기아의 미국시장 약진에 인근 멕시코에 자리한 기아 공장도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차 소형차(엑센트)를 일부 생산 중이기는 하지만 쏘울을 비롯해 기아 소형차를 주력을 생산하며 미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기아 미국판매 물량(58만6105대)은 △조지아 공장 생산분 23만여 대 △한국공장(광주 및 소하리공장) 수출분 24만8000여 대 △멕시코 공장 수출분 약 11만 대 등으로 채웠다.
기아의 미국시장 약진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2019~2020년 사이 대대적인 신차 출시를 단행했다. 5~7년의 신차 출시주기가 이 시기에 맞물린 덕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기아의 신차 효과가 이제 막 시작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더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
여기에 적극적인 현지전략도 주효했다. 기아 텔루라이드는 미국 전용 모델로 미국에서만 생산해 미국에서만 팔리는 특화 모델이다. 덕분에 ‘2020 북미 올해의 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스포티'라는 브랜드 전략도 통했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기아 제품군 가운데 고급차로 분류된 K7과 K9 판매는 각각 1265대와 305대에 그쳤다. 이와 달리 스포츠 세단 ‘스팅어’ 판매는 1만2556대에 달했다.
결국, 미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 키워드가 △SUV △고급차 △친환경차로 나뉘는 가운데 기아(SUV)와 제네시스(고급차) 성장세는 뚜렷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역시 현지 점유율 확대를 위해 올해부터 3대 성장 키워드 가운데 하나인 ‘친환경차’ 전략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제네시스 판매가 현대차와 분리되면서 기아와의 미국판매 격차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고 “SUV 중심의 제품군을 확대했고, 인근 멕시코 공장 생산분이 미국으로 들어오면서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점도 기아의 미국시장 성장에 배경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