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고 있다. 코로나 이후 집밥 수요는 증가했는데 지난해 긴 장마로 작황이 부진했던 데다 올겨울 최강 한파와 잇단 폭설로 농·축산물 가격이 널뛰고 있다. 여기에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계란 값도 급등하고 육류 가격도 올랐다. 쌀, 밀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 즉석밥, 빵 등 가공식품까지 줄줄이 가격이 인상되며 소비자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5일 기준 특란 계란 1판(30개) 중품의 평균 소매가격은 7454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중순 6500원을 찍은 후 계속 오름세다. 1개월 전(5967원)보다 24.9%, 1년 전(5264원)보다는 41.6% 올랐다. 소매가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에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가격이다.
육류 가격도 부담스럽다. 돼지고기 삼겹살(국산 냉장, 중품)은 시중에서 100g 당 2089원에 판매돼 작년보다 28.3% 뛰었고, 한우 등심(1+등급)은 100g 당 평균 1만2596원으로 지난해보다 11.8% 올랐다. AI에 따른 살처분으로 공급이 줄어든 닭고기(도계, 중품) 소매가는 1㎏ 당 5901원으로 1년 전보다 15.0% 상승했다. 평년에 비해서도 14.0% 뛰었다.
주식인 쌀값도 걔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50일 넘게 계속된 장마와 태풍, 일조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탓에 쌀 20㎏ 소매가는 이날 기준 6만214원으로 작년(5만1720원)보다 16.4% 올랐다. 평년(4만6129원)보다 무려 30.5% 뛴 수준이다.
채소 가격도 급등해 애호박(상품, 1개) 소매가는 2774원으로 1개월 전보다 56.7% 올랐고 양파(상품, 1㎏)와 대파(상품, 1㎏) 가격은 각각 3315원, 6229원으로 작년보다 두배 가량 껑충 뛰었다.
명절 선물과 제수용품으로 쓰이는 과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사과(후지, 상품) 소매가는 10개 당 3만6549원으로 개당 3000원이 넘는다. 1년 전보다 86.2% 치솟은 수치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장마와 태풍 때문에 공급이 원활하지 않고, AI 여파로 닭과 계란 역시 수급이 좋지는 않다”면서 “명절 선물 수요로 한동안 오를 것”이라고 봤다.
원재료 값이 오르며 가공 식품 가격도 줄줄이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뚜레쥬르는 지난달 22일 90여 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9%씩 인상한다고 가맹점에 공지했다. 이에 따라 단팥빵, 소보로빵, 크루아상 등 뚜레쥬르의 대표 제품이 100원씩 비싸졌다.
쌀 가격 상승에 즉석밥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동원F&B가 지난달 ‘쎈쿡’ 7종 가격을 1350원에서 1500원으로 11% 올린 데 이어 CJ제일제당은 25일부로 ‘햇반’ 가격을 6~7% 수준 인상하기로 했다. 2019년 2월 이후 2년 만의 가격 인상이다. 오뚜기는 다음달 ‘오뚜기밥’ 가격을 7~9%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풀무원은 지난달 두부와 콩나물 가격을 각각 10~14%, 10% 안팎 인상했고 샘표식품도 지난달 통조림 제품 12종 가격을 평균 35% 올려 꽁치와 고등어 통조림 4종 가격은 평균 42% 상승했다. 동원F&B 역시 꽁치와 고등어 통조림 가격을 각각 13%, 16%씩 인상한 바 있다.
음료업계에서도 가격 인상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코카콜라는 지난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코카콜라 캔·페트 가격을 100원씩 인상한 데 이어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레쓰비, 핫식스 등 일부 음료 제품 가격을 평균 4.7% 인상했다.
편의점 관계자는 “원재료 상승에 공급사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먹거리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