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는 수용 가능한 조건하에 준비”
안보리 제재 반대했던 중국·러시아 의식
현재 특사·특별 보고관 모두 미얀마 입국 못 한 상황
14일 유엔 대변인실은 미얀마 사태의 심각성을 묻는 본지의 이메일 질의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미얀마 특사가 한국 등 유엔 회원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계속 동원하고 있다”며 “미얀마 국민의 요구에 따른 민주주의로의 복귀와 구금자의 즉각 석방, 대화와 화해 등을 이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특사는 여전히 미얀마에 파견되지 않고 있다. 대변인실은 “정부 관계자들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특사는 수용 가능한(agreeable) 조건하에 파견될 준비가 돼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이어 “이번 주 버기너 특사는 많은 교류를 했고, 미얀마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원들과 화상회의도 했다”고 덧붙였다.
‘agreeable’은 지난해 11월 미국 하원의 한미동맹 결의안과 2008년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도 등장한 단어로, 외교적으로 상호 동의가 중요할 때 사용된다. 대변인실의 이번 발언은 일부 회원국이 미얀마 제재에 거부 의사를 나타낸 것에 대한 간접적인 입장으로 풀이된다.
앞서 3일 유엔 안보리는 미얀마 쿠데타 관련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성명을 내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한 탓이다. 이후 이틀이 지나서야 언론성명을 냈는데, 쿠데타 주체인 군부를 직접 규탄하는 내용은 빠졌다. 언론성명은 안보리가 채택할 수 있는 세 가지 결정문건 중 가장 낮은 단계에 속해 구속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통상 안보리 결정문건은 구속력이 있는 결의(Resolution)와 도덕적 구속력을 갖춘 의장성명(Presidential Statement), 협의를 통한 언론성명(Press Statement) 등으로 구분된다. 결의는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이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통과할 수 없는데, 중국과 러시아 모두 이사국에 포함된 만큼 현실적으로 통과가 쉽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는 내정간섭을 이유로 12일 채택된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도 거부했다. 인권이사회 결의안 역시 과반수의 찬성만 얻으면 통과 가능한 구속력 없는 문건이다.
특별 보고관 파견을 담당하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본지에 “보고관이 해당 국가를 방문하기 위해 (당국에) 요청하고 있다”고 답해 현재 특사와 특별 보고관 모두 현지에서 협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수전 디마지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을 비롯한 외교 전문가들이 특사 파견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이에 대해 본지는 앤드루 특별 보고관에게 미얀마 사태 관련 책임과 권한에 관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미얀마 유엔 사무소 역시 자세한 내용은 대변인실 답변으로 대신하겠다고 전해왔다.
한편 현지에서는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가 본격화하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 해산 도중 총기를 발사해 실탄을 맞은 여성 한 명이 중태에 빠졌으며, 군부는 시위에 참여한 국립병원 의료진까지 탄압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변인실은 “유엔은 현지 상황을 살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로힝야족을 포함,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에 대한 지원은 줄지 않을 것이고 국제사회도 계속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