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주식은 줄였지만 여전히 가장 큰 비중
버크셔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4분기 글로벌 메이저 석유업체 셰브론과 미국 최대 이동통신업체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 보험 중개회사 마시&맥레넌 주식을 매입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버크셔의 투자 소식에 이들 3개사는 시간 외 거래에서 일제히 주가가 올랐다.
버크셔는 지난해 11월 SEC에 제출한 주식 보유 현황 보고서에서 투자 종목을 비공개로 처리했다. 사실이 알려지면 매수에 차질 빚을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이에 SEC의 승인을 받아 매입 공시를 늦춰 이번에 발표했다. 이날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버크셔는 지난해 4분기 버라이존 주식과 셰브론 주식을 각각 86억 달러(약 9조5200억 원), 41억 달러어치 사들였다. 마시&맥레넌 주식은 4억9900만 달러 매수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버라이존과 셰브론에 대한 베팅은 통신과 정유 산업 등 미국 전통 기업의 장기적 가치에 대한 버핏의 확신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게임스톱으로 대표되는 단기투자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포스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전통 기업의 가치 상승에 베팅했다는 것이다. 셰브론은 2016년 이후 원유 과잉공급과 유가 하락 등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로 55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버라이존 역시 비용 증가와 신규 가입자 축소 등으로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감소했다. 버핏은 지난해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초기 “미국 경제가 시간이 지나면 코로나19의 혼란에서 벗어나 회복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분 정리도 있었다. 특히 제약주에 대한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이 눈에 띄었다. 버크셔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 주식 1억3600만 달러어치를 매각했다. 반면 난치병 전문 제약업체 애브비와 만성 질환 전문 머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지분은 늘렸다.
애플에 대한 지분은 작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줄였다. 애플 주식 보유분은 약 8억8700만 주로 전 분기보다 8% 감소했다. 하지만 애플은 여전히 버크셔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비중이 크다.
“은행주는 큰 사고를 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호해왔던 금융주에 대한 투자 포지션도 줄였다. 버크셔는 작년 4분기 기준으로 남아있던 JP모건체이스 주식 9300만 달러어치를 처분하며 손을 털었고, 웰스파고에 대한 1억4000만 달러 상당의 지분도 매각했다. 다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US뱅코프 등은 유지했다.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등 항공주의 투자 비중도 줄였다. 버핏은 여행에 대한 소비자 행동이 장기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금 채굴업체인 배릭골드 지분도 전량 매도했다. 버핏 회장은 금·은 등 귀금속 투자에 부정적이었으나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 금값이 급등하자 배릭골드 주식을 사들여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