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조합은 공공사업 ‘시큰둥’…업계선 “선거 앞두고 희망고문”
정부가 서울의 고밀개발을 통해 여의도 면적의 100배가 넘는 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이 가능하다는 구상을 밝혔다. 해당 부지 토지주와 주민의 동의가 전제된 경우로, 실제 개발에 들어가는 면적은 훨씬 좁혀질 것이란 관측이 업계의 중론이다.
18일 정관계에 따르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세미나에서 “(서울의) 역세권, 중공업 지역, 유휴부지, 저층 지역을 합하면 9000만 평이 넘는다”라며 “이를 잘 활용하면 다양한 고밀 주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변 장관은 “서울에 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주택을 공급할 적절한 수단이 없었다고 보면 된다”면서 “(2‧4 대책의 서울 32만호 공급물량은) 아주 밀도가 낮고 노후도가 심한 지역을 보수적으로 추계한 것으로, 더 많이 참여하면 훨씬 더 많은 주택공급이 가능하다”고 낙관했다.
9000만 평은 297㎢로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100배가 넘는다. 서울시 전체 면적(605㎢)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지나치게 과대 추산한 선언적인 수치에 그칠 것으로 예측한다. 서울 전체 면적의 절반가량이 개발 가능하다는 뜻인데, 당장 사업 후보지 곳곳에서 토지주와 주민들의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각각 토지주와 조합원 3분의 2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기존 4분의 3 요건을 낮춘 것으로, 나머지 3분의 1의 반대가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기존 단독소유자인 건물주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현물선납 방식과 현금청산 등이 걸림돌로 꼽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무리 노후하고 낙후된 지역의 2~3층짜리 건물이더라도 건물주가 마음대로 세를 줄 수 있는데, 공공이 사업권을 가져가 개발이익을 나눈다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며 “구분소유자 입장에서는 추가분담금에 관한 내용이 나오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5년까지 단기간에 대규모 공급을 하려면 사업을 동시다발로 추진해야 돼 정부가 말한 순환방식은 어려워지는 것”이라면서 “다수의 사업지에서 강제수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원주민들의 저항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공급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현재 서울에선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할만한 땅이 많이 남아있지 않아 경기권의 공원부지까지 활용되는 실정이다.
올해 수도권에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을 활용하는 공공주택지구는 부천 역곡(66만㎡), 성남 낙생(57만㎡), 고양 탄현(41만㎡), 안양 매곡(11만㎡) 등이 있다.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로는 용인 중앙공원(75만㎡)과 동두천 중앙문화공원(24만㎡) 등이 있다.
이들 6개 지구에는 총 2만1500여 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수도권 공원부지까지 끌어모아 주택 물량을 ‘십시일반’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정부가 지난해 수도권 127만호에 이어 올해 전국 대도시 83만호 공급 대책을 내놓은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당장 서울시장 선거가 4월이고 대선이 내년”이라며 “이를 위해 지키지도 못할 숫자로 서민층 실수요자들을 희망고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