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위법행위, 의사의 위법행위 서로 달라…전문직종 관련 규제 일괄적 적용할 수 없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살인이나 성폭력 범죄를 저지를 의사를 옹호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유감을 표했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2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살인이나 성폭력을 저지른 의사를 어떤 의사가 동료로 인정하겠느냐”라며 “오히려 법적으로 면허가 유지되더라도 학술이나 지역, 친목교류 등에서 배제되고 동료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의료계 내부에서도 살인이나 성폭력 범죄 등을 저지른 일부의 의사 때문에 전체 의사의 명예가 손상되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라며 “의료법 개정안 전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일부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국회와 의료계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나가자”라고 제안했다.
이재희 법제이사(변호사)도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번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한 의료계의 반대에 대해 마치 의협이 살인이나 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도 박탈하지 못하게 옹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의협이 파렴치한 성범죄자가 마취된 환자를 수술하는 것도 옹호한다는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해영 법제이사(변호사) 역시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살인과 같은 중대범죄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등 과실범죄까지도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범죄의 적용 범위를 일률적으로 확대하면 무고한 피해가 발행할 수 있는 부분이 가장 염려스럽다”라고 말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변호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종에는 이미 관련 규제가 적용돼 왔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에 의협은 인권에 대한 옹호와 정의 구현이 역할이 변호사의 위법행위와 의사의 위법행위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의협 측은 “변호사는 변호사법에서 인권에 대한 옹호와 정의 구현을 명시하고 있고, 의사는 의료법에서 국민건강 보호와 증진을 정해놓고 있어 그 역할과 전문성에 차이가 명확히 존재한다”라며 “정의 구현을 역할로 하는 법 전문가인 변호사의 위법행위와 의료전문가인 의사의 의료와 무관한 위법행위가 같다고 볼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의협은 국회 법사위를 앞두고 법안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국회에 충분하게 설명하고 전달함으로써 의료계의 우려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의사면허 규제 강화 의료법 개정안에 일부 합의ㆍ의결했다. 현재는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에만 의사 면허가 취소되지만, 개정안은 강력범죄나 성폭력 범죄 등 의료법 외의 모든 법에 대해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형을 선고받으면 출소 후 5년간, 집행유예의 경우엔 유예기간이 끝난 후 2년간 의사 면허를 취소한다. 단, 의료행위 중 일어난 과실은 면허 취소 사유에서 제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