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현 8년 만에 합류 "자부심·책임감 느낀다"…정선아 "초롱초롱한 눈빛 힘 나"
23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위키드'의 두 주역 옥주현·정선아를 만났다. 옥주현은 "우리는 서로 같은 걸 느끼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며 "첫 공연을 잊을 수 없다. 감동적인 조우였다"고 말했다.
뮤지컬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으로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초록 마녀가 실은 거대한 권력에 맞서 세계를 구한 선한 마법사였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2003년 미국 브로드웨이 초연 이래 16개국 100여 개 도시에서 60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옥주현은 초록마녀 '엘파바'로 2013년 이후 오랜만에 관객을 만난다. 정선아는 2013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 시즌까지 금발 마녀 '글린다' 역을 꿰찼다.
정선아 "초연 때는 떨렸고, 재연 때는 여유가 있었는데 지금이 가장 떨린다"며 "이런 시국에 '피케팅'(피튀기는 티케팅)을 뚫고 공연장을 찾아준 관객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재연 때는 합류하지 못했던 옥주현은 이번 '위키드'를 오래도록 기다려왔다. 옥주현은 "나이를 먹고 뮤지컬 배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엘파바로서 더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며 "'위키드'가 유일하게 한국 무대에 올라간다는 점에서 책임감도 크지만, 자부심도 느끼고 하려 한다"고 밝혔다.
'위키드'는 54번의 매끄러운 장면전환, 12.4m의 거대한 타임 드래곤, 날아다니는 원숭이, 350여 벌의 아름다운 의상 등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무대가 풍성해질수록 배우들의 숨은 턱까지 차오른다. 글린다는 22kg짜리 버블 드레스를 입고 등장해야 하며, 춤까지 춰야 한다.
옥주현은 "'위키드'는 대사량이 정말 많은데 배우들은 쉬는 시간 없이 무거운 옷을 갈아입고 아무렇지 않게 노래해야 하는 작품"이라며 "군대에 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초연 땐 해외에서 공연을 처음 봤을 때 감동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번엔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작품 안에 겹겹이 들어 있는 인생의 질문들을 던져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시간이 흐른 만큼 옥주현에겐 작품을 보는 새로운 눈이 생겼다. 마법사 대학의 말하는 염소 교수 '딜라몬드' 역에 대해 고찰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옥주현의 설명이다. 그는 "동물이 말을 할 수 있다는 설정은 많은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옳음과 진실을 알려주는 존재가 세상에 존재하지만, 그들이 몰살당하는 모습에서 불합리한 세상을 돌아보게 된다. 지금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옥주현과 정선아는 초연 이후 8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오랜만에 함께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믿고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정선아는 "언니와 쿵짝이 좋다"며 "말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고 말했다. 옥주현은 "정선아는 글린다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우리나라는 '정선아 글린다' 보유국이지 않나. 자부심을 느낀다"고 화답했다.
옥주현과 정선아가 부르는 '디파잉 그래비티'(Defying Gravity)와 '파퓰러'(Popular)는 관객들이 사랑하는 '위키드' 대표 넘버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관객은 마스크를 쓰고 한 칸씩 띄어 앉아 공연을 관람해야 하고, 방역 수칙에 따라 환호성도 지를 수 없다. 이는 배우들에게도 낯선 일이었다.
정선아는 "원래 파퓰러를 부르면 관객들이 '빵빵' 터지듯 웃어주셨는데 마스크를 쓰고 계신 탓인지 너무 조용해서 낯설었다"면서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손바닥이 부서져라 박수를 쳐주시는 걸 보고 안심했다"고 설명했다.
옥주현은 '디파잉 그래비티'를 부르기 직전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관객을 보며 관객이 집중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제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관객과) 우리는 서로 같은 걸 느끼고 있을 거라는 추측을 하는데 큰 힘이 된다"며 "가리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기운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위키드'는 오는 5월 1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된다. 서울에 이어 5월 드림씨어터에서 부산 초연이 개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