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경기 다시 하락, 원자잿값 쇼크 우려

입력 2021-02-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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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2월 체감경기가 한 달 만에 다시 꺾였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고, 코로나19 사태의 진정이 늦어지면서 내수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전 산업 업황BSI가 76으로 1월보다 1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달은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면서 전월(75) 대비 2p 오른 77이었다. BSI는 현재 경영상황에 대한 기업의 판단과 전망을 가리키는 지표로, 100을 밑돌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긍정적인 곳보다 많다는 뜻이다. 한은은 이달 8일부터 17일까지 전국 3255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제조업의 체감경기가 많이 나빠졌다. 제조업 업황BSI는 82로 3p 떨어졌다. 원자잿값 상승과 스마트폰 비수기의 영향이다. 대기업(93, +2p)은 좋아진 반면 중소기업(69, -9p)이 크게 낮아지면서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기업형태별로는 수출기업(94, -2p), 내수기업(74, -4p) 모두 하락했다. 다만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이 72로 2p 올랐는데, 설을 전후한 명절효과의 내수 회복, 건설수주 증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제조업의 3월 업황전망 BSI가 85로 2월(81)보다 4p 높아져 경기전망은 전반적으로 나아졌다. 대기업(94, +5p), 중소기업(74, +1p), 수출기업(94, +5p), 내수기업(79, +3p)으로 나왔다. 글로벌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19 확산의 고삐가 잡히고 수출시장 여건이 개선되리라는 기대가 크다.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점진적인 소비회복이 전망된다. 이에 따라 BSI에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쳐 산출한 2월 경제심리지수(ESI)도 지난달보다 3.5p 오른 96.6으로 집계됐다.

기업체감경기의 전망치가 상승한 점은 일단 고무적이다. 그럼에도 아직 경기회복 흐름을 점치기는 불안한 상황이다. 코로나19가 확실히 진정되는 추세를 굳히지 않고는 충격의 변수를 예측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우리 산업의 업황BSI는 2003∼2020년의 장기평균인 80선에 못 미치는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오름세가 기업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번 한은 조사에서 제조업체들의 경영애로사항으로 원자잿값 상승을 꼽은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기업의 원가부담을 가중시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영환경과 채산성이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충격에 원자재 가격 리스크까지 덮치는 상황이다. 정부는 경기회복을 낙관할 게 아니라 심각한 위기감을 갖고 기업활력을 살리는 대책부터 더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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