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이 경우 정부는 나갈 돈이 많아질 수 밖에 없어 돈, 즉 세금을 더 걷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남아있는 절세 금융상품들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관계자는 “재정 정책이 진행되면 정부 재정은 안 좋아질 확률이 높고, 국채에 대한 이자를 부담스러워 하는 정부는 금리를 올리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초저금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관심을 가져볼 만한 절세 상품으로 꼽는 것은 만능통장으로 불리며 한동안 인기가 높았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다. ISA는 연금을 제외하면 현존하는 얼마 안 남은 절세 금융상품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국내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되는 등 투자 가능한 자산이 늘어났고, △만기가 5년에서 3년으로 줄었으며 △가입 자격이 19세 이상 모든 국내 거주자로 완화 △연간 납입한도 미소진분의 이월을 허용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ISA 가입자는 194만 명이다. ISA에 관심이 시들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와 예적금 중심의 자산운용 관행이 미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지난 2016년 한 해 신탁형 ISA에 투자된 자금은 2조8874억 원인데, 이중 1조8526억 원(64.2%)이 예적금에 맡겨졌다. 당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1.6%대에 머물러 있었는데 이같은 저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비과세와 분리과세로 얻을 수 있는 절세 효과가 미미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올해 새롭게 단장한 ISA의 가장 큰 특징은 머니무브를 꼽을 수 있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ISA 가입자의 자산운용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12월과 2020년 12월의 신탁형 ISA 투자자금 운용현황을 보면 2016년 당시 0.4%(120억 원)에 불과했던 해외주식형펀드 비중이 지난해 연말에는 1.9%(1135억 원)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국내주식형 펀드 비중은 같은 기간 0.3%(99억 원)에서 0.7%(406억 원)로 두 배 남짓 늘어나는 데 그쳤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자금 규모와 비중, 성장률 모든 측면에서 해외주식형펀드가 국내주식형펀드를 앞지르고 있다”면서 “이는 ISA가 가진 절세효과를 제대로 이용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요구를 반영해 ISA 제도를 크게 손질한 점도 눈에 띄는 점이다. 우선 ISA 투자자금을 국내 상장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상황에 맞게 만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해까지는 가입자의 상황을 고려치 않고, 일반형은 5년, 서민형은 3년을 불입해야 비과세 등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올해부터는 36개월 이상이면 가입자가 만기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만기가 되지 않았더라도, 가입 이후 36개월이 지난 다음에 해지하면 세제혜택을 볼 수 있게 했다. 납입 한도도 이월할 수 있게 됐다. ISA 가입자는 연간 2000만 원씩 5년간 최대 1억 원을 납입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한 해 2000만 원을 채우지 못했더라도, 납입 한도를 다음 해로 이월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월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가입 첫해 1000만 원을 저축했으면, 이듬해에는 3000만 원을 저축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해마다 자금 사정과 시장 상황에 맞춰 저축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김 상무는 “향후 있을 금융투자 관련 제도와 세제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면서 “2023년에 금융투자소득세가 신설되면 국내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본격화되는데 당장은 기본공제금액이 5000만 원이나 돼 과세대상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주식, 펀드(ETF), 리츠 등에 목돈을 투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ISA와 같은 절세 계좌를 굳이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