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하루 만에 12bp(bp=0.01%포인트) 넘게 오르며 1.51%를 나타냈다. 장중 한때 1.6%를 돌파, 지난해 2월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
단기 국채 금리 상승은 더 의미심장하다. 경기지표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5년물 금리는 지난해 3월 이후 최고치인 0.865%까지 상승했다.
전날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우려 진화에 나섰지만 금리가 더 가파르게 상승한 것이다.
시장이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 목표치 도달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파월의 말을 미심쩍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파월 의장이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를 재차 강조했지만 시장은 금리 조기 인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강하고 빠른 경기회복에 연준이 긴축 정책 시간표를 앞당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제 지표들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백신 접종 속도전이 조기 경기회복 기대감을 키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신 5000만 회분 접종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취임 36일 만에 백신 접종 목표치의 절반을 달성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 내 1억 회분 접종을 공약했었다.
바이든표 1조9000억 달러 규모 ‘슈퍼부양책’의 의회 통과 초읽기도 인플레이션 공포를 부추긴다. 미 하원은 26일 부양안을 표결에 부쳐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고용상황 개선도 경제 청신호로 읽힌다. 미국 노동부는 2월 14∼20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73만 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주보다 11만1000건 급감한 것으로 2주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문가 전망치 82만5000건도 크게 밑돌았다. 최소 2주간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442만 건으로 전주보다 10만1000건 감소해 작년 3월 셋째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위축됐던 고용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 상승도 시장 심리를 흔드는 요인이다. 국제 유가는 지난달 18% 상승한 데 이어 2018년 이후 최고치까지 근접한 상태다. 구리 가격도 급등세다. 경기 흐름을 선행해 잘 보여준다는 뜻에서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 가격은 톤당 9000달러를 돌파, 10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시장은 “경기회복이 멀었다”는 파월의 말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현실을 믿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피터 치르 아카데미시큐리티 애널리스트는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보여주지만 결코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면서 “실제 인플레가 아닌 인플레가 발생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예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은 봉쇄 조치 완화를 반영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면서 “가격이 점차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스 미켈슨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신용 전략가는 “경제가 예상보다 더 강한 회복을 보일 것”이라면서 “인플레를 더 부추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작년 여름 이후 전문가들은 전례 없는 수준의 경제회복 가능성을 계속 과소평가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그리 오래 비둘기파 기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진짜 우려점”이라고 꼬집었다.
긴축 관련 구체적인 시점도 예측했다. 랄프 악셀 BoA 전략가는 “연준이 매달하고 있는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 축소 논의를 연말에 시작해 내년 시행에 들어갈 수 있다”고 봤다.
올 연말 10년물 금리가 1.75%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결국 관건은 파월 의장이 현재 입장을 얼마나 끌고 가는지에 달렸다는 평가다. 계속해서 단기 금리를 낮게 유지한다면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 미국의 양적완화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될 때 금융시장이 겪는 충격)'에 대해 사람들이 안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