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 단지 기세가 특히 거세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14% 올랐다. 이 회사가 조사한 2월 첫ㆍ둘째 주 아파트값 상승률이 0.14%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한 주간 아파트값 오름폭이 직전 2주간과 맞먹는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는 광명ㆍ시흥신도시 등 신규 택지 발표 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번 주 조사에선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일반 아파트값이 0.13% 상승할 동안 재건축 아파트값은 0.22% 올랐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이 이어지는 데다 2년 실거주 의무를 피하려고 조합 설립을 서두르는 단지가 늘어난 덕이다. 2월 들어서만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선 압구정 3구역과 5구역이 잇따라 조합 설립 인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호재가 이어지자 압구정동에서 지난 한 주 동안 2500만~1억 원가량 올랐다.
시장에선 재건축 아파트값 강세를 불안하게 여긴다. 일반 아파트보다 투자 수요가 많은 재건축 아파트는 시장 변화에 민감해 주택 시장 가격 흐름을 예고하는 선도 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송파구(0.30%)와 구로구(0.28%), 노원구(0.26%), 도봉구(0.26%) 순으로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았다. 송파구에선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와 방이동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등 대단지가, 구로구와 노원구, 도봉구에선 '가격 따라잡기 현상'이 활발한 중ㆍ저가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2ㆍ4 공급 대책에 이어 신규택지 발표 등 정부의 지속적인 주택공급 시그널이 나오면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눈치 보기에 들어간 분위기"라면서도 "사업 추진이 빨라지는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이 오르면서 인근 아파트값 상승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ㆍ인천 지역 아파트값 상승률은 신도시 지역에선 0.08%, 다른 시ㆍ군에선 0.11% 올랐다. 의정부시(0.30%)와 파주시(0.27%) 등 경기 북부 지역이 집값 상승세를 주도했다. 다른 수도권 지역보다 아파트값이 저렴한 데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로 주택 시장이 재평가받고 있는 지역이다.
전셋값은 안정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0.16%이던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이번 주 0.13%를 기록했다. 부동산114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월 초 0.25%까지 오른 후 조사 때마다 하향하고 있다. 다만 경인 지역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신도시 지역은 0.08%, 그 외 지역은 0.07%로 지난 조사보다 각각 0.01%포인트씩 높아졌다.
여 연구원은 "수도권 전세 시장은 가격 급등에 따른 부담과 설 연휴, 코로나19 등이 맞물리면서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둔화됐다"면서도 "본격적인 봄 이사철에 접어드는 3월 이후 매물이 소진되면서 전세 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