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을 앞두고 대주주보다 소액주주에게 배당금을 더 얹어주는 ‘차등배당’에 나서는 상장사에 이목이 쏠린다. 배당 확대 요구에 대응하면서 급증한 소액주주의 이탈도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실적 악화를 겪은 상장사들 중심으로 배당 가능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더해질 전망이다.
차등배당은 최대주주 몫을 줄여 일반 주주에게 돌아갈 배당을 늘리는 방식이다. 중간배당과 자사주 소각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배당금 증액 없이 주주들의 배당 요구를 충족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 기준 전날까지 결산 배당 공시를 낸 상장사 수는 총 17곳으로 집계됐다. 두산, 에이스침대, 세아트구상, 오리온홀딩스, 교보증권 등이다. 이중 절반가량(8곳)이 실적 부진에도 차등배당을 채택했다.
지난해 순손실을 기록한 두산이 대표적이다. 두산은 대주주에겐 무배당, 일반 주주에게는 2000원의 차등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 10년간 1.8% 수준을 유지한 시가배당률도 3.7%로 뛰었다. 주주 이탈을 방지하고 장기투자자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라고 풀이된다.
세아홀딩스의 자회사인 세아베스틸, 세아특수강도 해당된다. 세아베스틸도 일반 주주에게만 200원을, 세아특수강은 일반 주주 700원, 대주주 5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세아베스틸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으며 세아특수강은 전년 대비 95.7% 감소한 8억 원을 기록했다.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철강 수요 약화에 따라 실적이 크게 감소해 일반 주주들에게 지급될 배당을 보전하기 위해 차등배당을 결정했다”며 “침체된 업황에도 신뢰를 준 개인 주주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개선에 차등배당을 채택한 기업도 있었다. 교보증권은 대주주에게 300원, 일반 주주들에게 450원의 차등배당을 결정했다.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역대급 실적이 뒷받침해준 결과라고 풀이된다. IB(기업금융) 부문과 위탁매매 수익이 크게 늘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3.8% 늘었다. 순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연간기준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휴스틸도 기타주주에게 2배 더 많은 배당금을 안긴다. 이 밖에도 펌텍코리아, 우리금융캐피탈 등이 실적을 개선했다.
차등배당을 꾸준히 채택한 기업도 있다. 정상제이엘에스, 일진파워 등이 대표적이다. 정상제이엘에스는 2013년부터, 일진파워는 2007년 1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2008년부터 13년간 차등배당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오리온홀딩스, 에이스침대 대한약품 등도 전년에 이어 올해 차등배당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