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00명 구금도
미얀마 군경이 민주화 시위대에 무력을 사용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쿠데타 후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을 비롯한 미얀마 각지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 사이에서 사망자가 속출한 가운데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도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사무소(OHCHR)에 따르면 양곤을 비롯한 전국에서 펼쳐진 쿠데타 반대 시위에서 미얀마 군경의 무력 사용으로 시위자 가운데 최소 18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날 시위 진압에는 최루탄, 섬광탄, 수류탄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군경은 이날 현지 TV 방송을 통해 4개 도시에서 총 8명이 사망했다고 밝히는 등 OHCHR이 사망자 수와 지역 수에서 차이가 있었다.
OHCHR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미얀마 남부 양곤, 바고, 다웨이, 만달레이, 미에이 등 6개 도시에서 군경의 발포로 사망자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라비나 샴다사니 OHCHR 대변인은 "미얀마 시위에서 고조되는 폭력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평화 시위자들에 대한 폭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군부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시위대 사망자는 총 3명이었으나 일요일 하루에만 사망자가 최소 18명이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날 외국계 기업이 많이 진출해있는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사망자가 처음으로 나왔다.
정확한 사망 경위와 규모가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사망자가 유엔이나 미얀마 정부 집계보다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얀마에서 온라인·위성·지상파를 통해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 독립 언론사 미얀마의 민주 소리(DVB)는 이날 오후 5시까지 양곤, 만달레이 등 9개 도시에서 확인된 사망자가 19명 발생했고, 미확인 사망자도 10명 있었다며 29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이날 강경 유혈 진압 과정에서 대규모 체포·구금 사태도 빚어졌다. CNN은 미얀마 정치범지원연합(AAPP)를 인용해 이날 1000명이 붙잡힌 것으로 파악했으며, 이 중 270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중에는 미국 언론사인 AP의 소속 기자인 테인 조(32)가 전날 오전 양곤의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중 경찰에 끌려가 교도소에 갇혀 있다면서 즉각 석방을 촉구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 부정이 있었음에도 문민정부가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군부가 정권을 잡은 지 한 달이 지나면서 국내외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군사정권은 오히려 강경 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시위에는 일반 직장인에서부터 공장노동자 공무원 등 각 분야 종사자들이 참여하면서 경제와 행정이 마비 상태에 놓이게 되면서 군경이 사태 수습에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대규모 유혈 진압에 앞서 미얀마 군부는 지난 26일 유엔 총회에서 국제사회의 개입을 호소한 초 모 툰 주 유엔 미얀마 대사를 '고국을 배신했다'는 이유로 해임했다.
국제사회의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미얀마 주재 미국 대사관과 영국 대사관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군경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시위대를 향한 미얀마 군경의 끔찍한 폭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은 2일 외무장관 특별 회의를 개최해 미얀마 유혈사태를 논의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2월 말 외무장관 이사회에서 미얀마 군경에 대한 제재를 위한 정치적 합의에 도달했으며, 군경과 관련된 개인과 기업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경제의 큰 축이 대(對)유럽 수출이라는 점에서 EU의 경제적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미얀마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태국에서는 (反)독재 세력 간 연대인 1000여 명의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이 방콕에서 총리 관저로 향하는 거리행진을 벌이며 미얀마 시위대의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태국은 2014년 군사 쿠데타를 이끈 쁘라윳 짠오차 장군이 2019년 3월 선거를 통해 총리직에 올랐다. 군복을 벗고 총리직에 올랐지만, 태국 젊은 층은 군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