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활성화는 방역에 부정적…피해계층 경제활동 유지에 집중할 필요"
정부가 2일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및 4차 맞춤형 피해지원대책(긴급재난지원금)의 필요성에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재정건전성 악화는 해결해야할 숙제다. 9조9000억 원 규모의 적자국채 발행으로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 턱밑까지 오르게 됐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 강제적 방역조치로 피해를 본 업종과 종사자가 많은데, 그런 사람들이 고비를 못 넘겨 폐업하거나 파산한다면 백신이 풀리고 바이러스가 사라져도 원상태로 회복하기 어렵다”며 “국민 전체의 건강을 위해 희생된 측면이 있는 만큼, 적재적소에 지원된다는 전제로 어느 정도는 재정이 들어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초 당·정은 ‘보편 지급’과 ‘선별 지급’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최종적으론 지원대상을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취약계층에 한정하되, 지원규모를 기존의 최대 30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합의됐다. 1인 복수 사업체에 대한 추가 지원과 전기요금 감면까지 합하면 1인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지원액은 1080만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보편 지급보단 선별 지급이 옳은 방향이었다고 평가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업종이나 피해액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번 추경의 목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업종 종사자들이 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유지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투입된 재정이 승수효과를 통해 소비를 늘리는 것보단 피해업종의 영업이 유지되는 걸 기대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보편 지급으로 소비를 늘리는 건 오히려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며 “그런 면에서 선별 지급이 맞았고, 다만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워낙 컸던 만큼 지원규모를 기존보다는 키울 수밖에 없지 않았나 본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추가 적자국채 발행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다. GDP 전망치 하향 조정과 국가부채 증가로 올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8.2%로 본예산 대비 0.9%포인트(P) 오르게 됐다.
그렇다고 단기적인 증세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신 교수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부채규모가 커졌고, 이와 별대로 한국은 고령화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재정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궁극적으론 증세가 필요하다”며 “다만 지금은 증세를 할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일부에선 증세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기존에 세금을 내던 계층에 대해선 꾸준히 증세가 이뤄졌다”며 “세원을 확보하는 측면에선 부가가치세 인상이 방법일 수 있는데, 지금 부가세를 올리면 안 그래도 힘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추가로 타격을 입게 된다. 현시점에서 증세 논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