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증시 상황을 지켜보느라 밤잠을 제대로 못 이루던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가 가까운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양회 개막을 앞두고 발 빠른 개미군단이 현지 반도체·전기차 주식을 미리 사들이고 있다. 과거 양회 이후 중국 주식시장은 우상향 흐름을 보였고, 특히 국가 주도 육성산업 중심으로 상위기업 주가는 폭등한 것을 봐 온 경험 때문이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최근 한 달간 국내 주식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중국 주식은 융기실리콘자재(XI‘AN LONGI SILICON MATERIALS CORP)로, 1727만 달러(한화 194억 원)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반도체 웨이퍼 기업으로 시작해 태양광 발전 제조업체로 성장한 기업이다. 전 세계 웨이퍼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어 반도체·신재생에너지 수혜가 모두 가능한 기업이다.
전기차 산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워렌 버핏이 지분 8.2%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비야디(BYD CO LTD -A) 주식 1172만 달러(131억 원)을 순매수했다. 비야디는 현지 전기차 업체로, 반도체·배터리 자체 생산하며 현지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최대 리튬배터리 생산기업인 강봉리튬(Ganpeng Lithium) 역시 1000만 달러(112억 원)을 사들였는데, 전기차 밸류체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이번 양회에서 백신여권 도입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항공·여행산업도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 해외여행, 공연 등을 허용하는 제도다. 순매수 상위권에는 중국국제여행사(CHINA INTERNATIONAL TRAVEL SERVICE CORP LTD), 중국동방항공(CHINA EASTERN AIRLINES CORP LTD), 상해국제공항(SHANGHAI INTERNATIONAL AIRPORT CO LTD)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본토 주식에 이어 홍콩 증시에서도 주식 쇼핑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지리자동차(GEELY AUTOMOBILE HOLDINGS LTD.)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한 달간 사들인 금액만 5260만 달러(한화 590억 원) 수준이다. 이어 전기차 관련 ETF 상품인 MIRAE ASSET GBL IN GLOBAL X C ELC VHC ETF에도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정책 정상화,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고 있어 지수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육성할 성장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자국 기술 육성을 통한 공급망 안전,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신재생 투자 확대, 5G 등 신형 인프라를 통한 내수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양회는 매년 3월에 열리는 정치행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4일)와 전국인민대표대회(5일)를 통칭하는 말이다. 통상 양회에서는 5개년 계획을 발표하는데, 올해는 14차 5개년 계획의 원년에 해당한다.
올해 양회의 관전 포인트는 25조 위안(약 4300조 원) 규모의 경기부양책 통과 여부다. 이번 부양책은 경기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부문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인프라 투자에 뒤따라오는 반도체, 신재생(전기차·태양광·풍력), 5G 등에서 중장기 수혜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