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연일 사퇴 압박…이달 5일까지 거취 결정 요구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윤석헌 금감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채용 비리에 연루된 직원을 승진시키면서 금감원의 공정과 독립성이 훼손된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3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구제 및 책임자 처벌도 안 된 상황에서 금융권 채용 비리를 근절하는 데 노력하겠다던 금감원이 채용 비리 연루자를 승진시킨 것은 부적절한 조치이며, 채용 비리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한 금감원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창화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금감원 채용 비리로 불합격했던 지원자들이 재판을 통해 금감원에 입사해 현재 재직 중”이라며 “그럼에도 금감원이 채용 비리 가담자들을 승진시킨 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이며, 금감원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위원장은 “금감원은 이번 정기인사에 앞서 내부 인사 지침까지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금융회사를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금감원이 모범을 보이고 이들을 단죄하기는커녕 스스로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채용 비리 사태에 대한 감독기관의 책임마저 저버리는 행위이며, 감독의 책무가 있는 금감원이 비리 행위를 조장하는 꼴이 됐는데 과연 금감원이 금융권의 비리를 단죄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또, 노조는 윤 원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금감원의 독립성을 훼손시켰다고 진단했다.
노조는 “모 팀장 등이 가담한 채용 비리로 억울하게 탈락한 피해자들이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금감원은 총 1억20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했다”며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므로, 채용 비리로 인해 지급한 손해배상금은 결국 금융회사가 지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제대로 된 금감원장이라면 즉시 채용비리 연루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해 손해배상금을 회수하고 금융회사에 되돌려줘야 한다”며 “(윤 원장은) 더는 금감원을 욕보이지 말고 자진 사퇴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어 “이달 5일까지 거취를 밝혀주기 바란다”며 “만약 사퇴하지 않고 버틴다면 무사히 퇴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날 노조는 윤 원장의 ‘독립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오 위원장은 윤 원장에 대해 “감투를 쓰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정치 철새, 폴리페서(정치성향 교수)에 불과하다”며 “셀프 연임설을 피우기 전에 금감원장으로서 내세울 업적이라도 있는지 반성하기 바란다”고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윤 원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경제자문위원, 한국거래소 사외이사,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위원장을 역임했고, 2012년에는 문재인 대선캠프에서 활동한 뒤 2018년에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됐다.
아울러 노조는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감독 책임을 지지 않고 윤 원장이 ‘금감원 독립론’을 꺼내들었다며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키코 문제든 금감원 독립론이든 되돌아보면 윤 원장은 자신이 마치 성인이라도 되는 듯 큰소리를 쳐놓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