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태가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당장 정부는 올해 7월 인천 계양지구를 필두로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본격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택 공급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광명·시흥지구에 이어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공무원들의 투기 현황을 조사하기로 하면서 공공택지 개발사업 지연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은 오는 7월부터 시작된다. 7월 1100가구에 대한 인천 계양신도시를 시작으로 9~10월 남양주 왕숙, 11~12월 부천 대장, 고양 창릉, 하남 교산신도시 등에서 사전청약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광명ㆍ시흥신도시의 사전청약은 오는 2023년으로 잡혀 있다. 사전청약은 착공 시점에 진행하는 본청약 1~2년 전에 청약을 미리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당초 올해 하반기 3만 가구, 내년에 3만2000가구 등 내년까지 6만2000가구의 사전청약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신도시 등 총 5곳은 이미 지구지정을 완료했다. 연내 지구계획 확정을 목표로 지구계획 수립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엔 하남 교산과 인천 계양신도시 토지보상에 들어갔다.
인천 계양신도시에선 A2, A3블록에 대한 공동주택 기본 및 실시설계 공모도 착수했다. 3기 신도시 첫 공동주택 설계공모다. 설계 심사는 이달 말로 잡혔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조성사업이 과거 보금자리주택사업 때의 속도보다 3년이 빠르다고 자신해 왔다. 하지만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라는 악재가 터지면서 3기 신도시 주택 공급의 원만한 진행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이미 3기 신도시 토지주들과 보상 협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의 신뢰도 추락으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 주민들과의 토지보상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해 신도시 투기 의혹을 발본색원할 계획이다. 시장에선 전수조사를 통해 투기 세력이 많이 유입된 사실이 확인되면 지구지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2025년 광명·시흥신도시 분양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겠다던 정부의 계획은 물론 공급 의지의 동력마저 뿌리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토지 수용이 마무리되고 난 뒤 사전청약이 이뤄지는 수용 이전에 땅 투기 관련 전수조사와 각종 조치가 이뤄질 것을 감안하면 사정청약도 계획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전청약 첫 타자인 인천 계양신도시에선 문화재 시굴조사도 시작된다. 지난해 5∼7월로 예정됐던 계양신도시 문화재 지표조사에서 유물이 나오자 문화재청 협의 등을 거쳐 시굴조사를 진행키로 해서다.
문화재 지표조사는 통상 대규모 신도시 개발 과정의 필수 절차다. 이 과정에서 산포지(散布地)가 나오면 문화재 시굴·표본조사가 진행되고, 의미있는 유물이 나오면 정밀 발굴조사로 전환하게 된다. LH는 이번 시굴조사가 사업 추진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밀 발굴조사로 넘어가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