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난해 브라질 시장점유율 4위…현지 전략형 소형차 출시ㆍ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영향
주요 완성차 제조사가 브라질 시장에서 고전하며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있지만, 현대자동차는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지 소비자와 노동시장을 철저히 분석해 공략한 점이 승패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포드는 브라질에 있는 공장 3개를 올해 안에 전면 폐쇄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브라질 현지에서 생산하는 차종은 재고가 소진되는 즉시 판매를 끝내기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상파울루주 이라세마폴리스 공장의 문을 닫겠다고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이 공장은 SUV GLA와 세단 C 클래스를 생산하던 곳이다. 아우디는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 공장 가동을 잠정 중단하고 폐쇄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브라질 사업 축소 결정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요 침체가 영향을 줬다. 소비심리가 위축하며 지난해 브라질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6% 이상 급감했다. 브라질은 최근에도 하루 평균 확진자가 8만 명가량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해 브라질 시장점유율 4위에 오르며 준수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브라질 자동차딜러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의 현지 시장점유율은 2019년 7위에서 2020년 4위로 1년 새 세 계단이나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성장 비결이라고 분석한다. 현대차는 2012년 브라질 진출 초기부터 소형차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브라질은 도로가 좁고 세금도 많아 소형차 선호도가 높다. 소형차가 전체 브라질 자동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현대차는 약 40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소형 해치백 ‘HB20’을 현지에 선보였고, 이 차는 출시 이듬해인 2013년부터 신차 판매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을 정도로 꾸준한 성장세를 거듭했다. 지난해에도 8만6548대가 팔리며 전체 브라질 신차 판매량 2위에 올랐다.
2017년에는 인도 시장에 출시한 소형 SUV 크레타를 브라질에서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크레타 역시 출시 이듬해 소형 SUV 판매량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까다롭기로 유명한 브라질 노동시장에 현대차가 체계적으로 대응하며 사업 안정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트라 현지 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자동차 제조사가 브라질 철수를 결심한 데에는 이른바 ‘브라질 코스트(Brazil Cost)’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브라질 코스트는 브라질이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더딘 성장에 머물게 만드는 요인을 뜻하는데, 대표적으로 지나치게 복잡하고 노조 친화적인 노동법이 거론된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노조의 영향력을 경험한 현대차는 브라질 법인 설립 이전부터 현지 노동법과 제도를 이해하고 교섭 구조를 파악하는 데 힘썼다. 공장 가동 이후에는 직원 대부분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며 현지 노동자와 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고, 현지 노무 전문가를 섭외해 노사 담당 직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이러한 노력이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정착하는 데 기여하며 회사의 안정적인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2014년 8월 브라질에 있는 모든 자동차 공장이 노동계의 시위로 가동을 멈췄을 때, 현대차만큼은 생산을 이어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대차는 브라질 공장에서 HB20, 크레타 등 전략 차종 생산을 지속하며 이곳을 파라과이, 우루과이, 콜롬비아 등 중남미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