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장기집권 꿈, 오랜 관료주의에 발목 잡히나

입력 2021-03-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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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취임 후 하향식 통치 강행

공무원들, 업무량에 불만

여름에 방한복 입고 겨울 증빙사진 찍기도

잘보이기식 서류 작업에만 몰두해 실제 업무는 뒤처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력한 지배력으로 중앙집권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하향식 정치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관료주의가 이를 막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저 서류 작업이 최우선으로 여겨지는 중국 관료 사회에서 시 주석의 장기집권 청사진을 그리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 주석은 과거에도 관료주의를 “당과 인민의 주적”이라고 칭하며 근절 노력을 촉구했다. 특히 7월 공산당 집권 100주년을 앞두고 당 차원의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최근 사례가 바로 지난해 농촌을 중심으로 시작했던 탈빈곤 사업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빈곤과의 전쟁에서 바야흐로 완승했다”며 사업의 완료를 자축했다. 하지만 현장은 달랐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장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이들이 시 주석의 지시 이후 ‘흔적 지우기’에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톈양의 한 지방 법무관은 “업무 시간의 70%를 탈빈곤 운동에 할애하도록 지시받고 인증 양식을 부지런히 작성했다”며 “윗선에서 자택 현장 사진을 요구하자 일부 관료들은 여름에 방한복을 입고 누락된 겨울 사진을 찍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또 2019년 말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견되자 우한 관료들은 관련 자료를 중앙당에 보고하는 것을 두려워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WSJ는 “이로 인해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늦어져 사망자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시 주석은 일선 관료들이 전염병과 싸우는 대신 어떻게 서류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지 공개적으로 한탄했다”고 설명했다.

관료들의 불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시 주석 집권 전의 생활에 익숙해진 이들은 최근 몇 년간 하달된 과도한 업무량에 치이는 모습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수십·수백 kg에 달하는 서류작업을 수반하는 업무 압박이 이들을 억누르고 있다고 짚었다. 한 관계자는 “23일 동안 회의만 열다섯 번을 했다”며 “회의를 열지 않으면 업무 경과를 어떻게 보여주겠느냐”고 불평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메시지 앱인 위챗을 통해 공무원들은 24시간 상사들에게 압도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시 주석과 관료주의 간 불화는 해를 거듭하고 상황이 발생할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음식물 쓰레기 감소 캠페인인 ‘깨끗한 접시’ 운동으로 관료를 넘어 학교에까지 스트레스가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이 오히려 더 많은 관료주의를 조장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WSJ는 지적했다.

홍콩 조사기관 오피셜차이나의 라이언 마누엘 상무는 “시 주석이 하향식 정치로 엄격하게 통제함에 따라 아랫사람들은 너무 많은 명령과 규칙에 직면하게 돼 가장 안전한 길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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