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금리, 2년 만에 최고치
주담대·금융채 등 줄인상 예고
‘대출이 짐이 되는 시대’가 본격 도래하고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인플레이션 우려로 국내외 금리가 상승세로 반전하고 있는 것이다. 빚을 내 부동산이나 주식투자에 나섰던 대출자를 중심으로 자산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 영향으로 8일 국내 채권 금리가 일제히 상승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3.6bp(1bp=0.01%포인트) 오른 연 2.028%에 장을 마쳤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최종 호가 수익률 기준으로 2% 선을 웃돈 것은 2019년 3월 7일(2.005%) 이후 2년 만에 처음이다.
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타면서 가계대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도 시간문제다. 국채 금리는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반영된다. 현재 1억 원을 30년간 상환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79개 가운데 변동금리를 적용한 상품은 약 57%(45개)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초저금리에 기반한 유동성 공급은 가계와 기업의 부채 급증을 이끌었다. 금리 상승은 ‘빚잔치’의 후폭풍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저물고 있는 저금리의 시대의 부정적 영향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사 대출금리 산정 시 기준금리가 아닌 금융채,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로 결정하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국채금리 등 전 세계 채권금리 변동에 민감하다. 최근 한미 국채금리는 전 세계적인 물가 반등, 한미 정부의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출구전략 등이 거론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따른 감염병 종식 기대감과 각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경기 회복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신호도 악재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6%대로 치솟은 뒤 1.5%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한국 국채 금리 역시 이달 4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기준 1.030%를 기록하며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10년물 금리 역시 한때 2%를 넘으며 201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의 상승이 금융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이에 연동되는 가계, 기업의 대출금리 역시 올라가는 구조인 만큼, 금리 상승의 신호는 가계와 기업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가계와 기업, 국가 부채는 심각한 수준이다. 가계 부채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1%에 달했다. 통상 GDP 대비 가계부채가 70~90%를 넘어서면 위험 수준으로 평가하는데, 이를 웃도는 수준까지 가계 빚이 치솟은 것이다.
기업 부채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10.1%로 높아졌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출 원금 만기와 이자 상환 연장·유예 조치를 9월까지 늦추며 당장은 위기 상황을 막았지만, 금리 상승이 본격화할 시 부실 문제가 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