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웍스 통해 시스템반도체 사업 키울 듯
신설지주 편입 후 'LX세미콘' 사명 변경 가능성도
구본준 LG 고문이 반도체 설계 업체인 실리콘웍스를 5월 공식 출범하는 신설 지주 LX그룹(가칭)의 핵심 계열사로 키운다.
실리콘웍스는 오는 1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노진서 LG전자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선임할 계획이다.
LG전자 로봇사업센터장을 거쳐 현재 전략부문을 맡고 있는 노진서 부사장은 LG전자와 LG상사 등 구본준 고문이 CEO를 역임했던 시절 기획 업무를 맡아온 '구본준의 전략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실리콘웍스 측은 "㈜LG와 LG전자에서 오랜 기간 경영전략 및 기획업무를 수행하며, 관련 분야의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갖췄다"라며 "실리콘웍스가 기존 국내 팹리스 업체 1위에서 더 나아가 글로벌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제품 및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 부사장은 LG하우시스의 기타비상무이사로도 선임될 예정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상시적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를 일컫는다. 노 부사장이 LG신설지주에서 주요 업무를 수행하면서 핵심 계열사인 실리콘웍스, LG하우시스 이사 역할까지 챙긴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LG 계열의 유일한 반도체 회사인 실리콘웍스는 최근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실적이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1618억 원, 영업이익 94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 33.9%, 영업이익은 99.4% 급증했다. 매출 1조 원 돌파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실리콘웍스는 스마트폰과 TV 등에 들어가는 DDI(디스플레이 구동칩)가 주력 사업이다. 2019년엔 매출 기준 DDI시장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올해 실적 전망도 좋다. DDI는 최근 극심한 공급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DDI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실리콘웍스의 수익성에도 도움을 준다. 중장기적으로도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시스템반도체 수요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구본준 고문이 실리콘웍스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구 고문은 IMF 당시 정부의 반도체 빅딜로 LG그룹이 반도체 사업을 현대그룹에 넘길 당시 LG반도체 대표이사였다. 작년 LG 임원 인사에선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가 계열 분리 대상 기업 중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설 지주에서 구 고문이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구 고문은 최대 80%까지 달하는 LG디스플레이 매출 의존도를 줄이고, 자동차와 가전 등으로 분야를 확장해 캐시카우 계열사로 키울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웍스 관계자는 "패널 및 세트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OLEDㆍP-OLED 등 프리미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외에도 가전, 자동차, 배터리 등 새로운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을 지속해서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설 지주 출범 후 실리콘웍스의 사명이 'LX세미콘'으로 바뀔 가능성도 나온다. LG는 9일 특허청에 'LX세미콘'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사명 변경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다.
앞서 LG는 2일 'LX' 상표와 이미지 90건을 출원하며, 신설 지주명을 예고했다. 또 3일과 9일에는 ‘LX하우시스’, ‘LXMMA’, ‘LX판토스’, 'LX글로벌' 등 32건의 상표권을 추가 출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