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넥스 사태'로 ‘위탁 제네릭’ 난립 문제 수면 위로

입력 2021-03-10 14:45수정 2021-03-1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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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신뢰저하 우려 속 ‘위탁공동생동 1+3 규제법안’ 필요 목소리 커져

의약품을 허가ㆍ신고한 사항과 다르게 제조해 회수 조치된 ‘바이넥스 사태’로 인해 위탁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의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 사태로 제약업계는 오랜 기간 쌓아온 제네릭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까 우려하는 한편으로, 의약품 위탁 공동생물학적동등성 실험(공동 생동) 제도에 따른 제네릭 난립 문제는 언제든 터질수 있는 예고된 참사였다고 지적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9일 바이넥스가 제조한 자사의 6개 의약품뿐 아니라 수탁 제조한 24개사 32개 품목에 대해서도 잠정 제조ㆍ판매 중지 및 회수조치했다.

앞서 바이넥스는 부산지방식약청에 허가 또는 신고된 사항과 다르게 제조한 자사의 6개 의약품에 대한 회수계획을 제출했고, 이에 식약처는 해당 제조소의 제조ㆍ품질관리 전반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한 결과 6개 의약품과 같은 방법으로 제조한 다른 제약업체의 32개 품목을 확인해 이같은 조치를 내렸다.

식약처 의약품안전국 의약품관리과 관계자는 “자진신고한 사안이 심각하다고 생각해 조사를 시작했고, 현재 조사를 계속 진행 중이다. 허가 또는 신고된 사항과 어떻게 다르게 제조됐는지는 조사를 마무리한 후 발표할 계획이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제조한 내용 등과 관련해 추가적인 행정처분이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사 결과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바이넥스 측은 당뇨병치료제인 아모린정의 주성분을 10분의1 수준으로 낮추고 우울증치료제의 용량을 초과 배합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부인했다. 바이넥스 측 관계자는 “의약품 함량이나 원료 조작 문제는 아니다. 공정상 문제가 있다는 걸 먼저 확인해 자진신고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바이넥스뿐 아니라 바이넥스에 제네릭 제조를 맡겼던 업체들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공동으로 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의약품 등 안전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제조업자에 대해 행정처분이 위탁제조 판매업체에 함께 적용될 수 있다. 식약처 의약품안전국 의약품관리과 관계자는 “위탁을 맡긴 업체들에 대해 조사하진 않았지만, 공동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관련 법상 수탁 업체가 행정처분을 받으면 위탁 업체도 함께 처분을 받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바이넥스의 수탁 업체 가운데 이번 회수 조치된 의약품을 판매 중인 한 제약사의 관계자는 “식약처가 아직 행정처분을 내린 게 아니고 회수조치만 한 만큼 최종 결정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바이넥스에 위탁을 할 때 제조 기준 시설을 안내받고 우리는 그걸 보고 의뢰하는 것이라 바이넥스가 임의로 잘못 제조했다고 하면 우리로서는 알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바이넥스의 불법 제조 사태를 계기로 사실상 한 곳에서 제조된 '쌍둥이 약'들이 여러 제약사의 제품으로 출시될 수 있는 현 제약 제조 방식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한약사회는 성명을 내고 위탁생동ㆍ공동개발 품목 허가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는 “바이넥스는 이번 사태를 합성의약품 제조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라고 주장하고, 바이넥스에 의약품 제조를 위탁하는 국내 굴지의 제약사 다수는 전혀 몰랐다고 말한다”라며 “이번 사건은 너나 할 것 없이 페이퍼 품목 허가로 손쉽게 과실만 따 먹을 뿐 책임은 나몰라라 한 채 돈만 좇느라 여념이 없는 대한민국 제약 산업의 단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무제한 위탁생동ㆍ공동개발 제도가 불러온 예고된 참사다. 이번 사태가 의약품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지 않도록 위탁생동ㆍ공동개발 품목 허가제도를 재설계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라고 주장했다.

생물학적동등성(생동) 시험은 제네릭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효능ㆍ효과가 있다고 입증하는 절차다. 2000년 의약품 위탁·공동생물학적동등성(공동 생동) 시험 제도가 도입된 후 자체 제조 능력이 없는 제약사도 공동 생동을 통해 제네릭을 위탁 생산ㆍ판매할 수 있다. 공동 생동 제도가 도입된 후 생동성을 인정받은 제네릭은 2001년 186개에서 2004년 2555개, 2008년 5569개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제네릭 난립이란 부작용을 불러왔다.

식약처는 공동 생동 품목 허가 수를 제한하기 위해 공동 생동 허용 품목을 원래 제조업체 1곳과 위탁제조사 3곳 이내로 제한하는 ‘1+3’ 방식을 지난해 하반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가 해당 조치는 제네릭 품질 향상 효과와 무관하다고 판단해 철회 권고했고, 식약처는 해당 정책의 추진을 포기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바이넥스 사태 이후 자신의 SNS에 ‘위탁공동생동 1+3 규제법안’의 통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바이넥스 사건은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난립이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고 본다. 현재 국회 복지위 법안 소위에 계류되어있는 위탁공동생동 1+3규제법이 하루빨리 통과돼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측은 “의약품은 생명하고 직결되는 만큼 안전성이 배제되고 경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제약사의 최우선가치는 의약품 안전성인 만큼 이번 사건이 산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라면서 “협회에서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제네릭 품질관리에 힘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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