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이 평사원 출신 '동화맨'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잦은 CEO 교체로 'CEO의 무덤'이란 오명을 단 동화약품의 징크스를 이번에야말로 깰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화약품은 신임 대표이사로 유준하<사진> 부사장을 선임한다고 15일 밝혔다. 유 대표이사는 경희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11월 동화약품에 입사, 32년 만에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마케팅 및 영업부서에서 21년, 본사 인사·총부부서에서 11년 근무한 베테랑이다.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승진한 사례는 2008년 조창수 전 사장 이후 두 번째다. 13년 만에 내부 승진을 결정한 동화약품은 이를 계기로 임직원의 결속력을 다지고 동기부여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베링거인겔하임 출신의 박기환 사장은 임기를 1년 남기고 동화약품을 떠났다. 박 전 사장은 임기 1개월 만에 갑자기 사임한 이설 대표이사의 뒤를 이었지만, 결국 3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박 전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동화약품에서 임기 만료 전에 물러난 CEO는 박 전 대표이사까지 총 8명이다. 2008년 조 전 사장을 선임하며 오너·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지만, 이후 잇따른 CEO 교체로 구설에 올랐다.
조 전 사장은 임기 만료 1년을 남긴 2012년 사임했으며, 후임인 얀센 출신 박제화 부회장은 1년 6개월여 만에 회사를 떠났다. 이어 화이자 출신 이숭래 사장은 1년 11개월, 일반의약품사업부 상무였던 오희수 대표이사는 6개월 만에 각각 사임했다. 손지훈 사장은 1년 11개월 만에 휴젤로 자리를 옮겼으며, 지오영에서 온 유광열 사장은 10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긴 호흡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제약업계에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박 전 사장의 경우 실적 면에서 빼어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동화약품은 2018년 매출액 3000억 원 돌파에 성공하며 성장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지만, 2019년 매출은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1.4% 감소한 2721억 원에 그쳤다.
업계 일각에서는 잦은 CEO 교체가 오너와의 마찰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대부분 외부에서 영입된 CEO들이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과 경영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다는 관측이다.
동화약품은 윤 회장의 장남인 윤인호 전무를 통한 4세 경영 시대에 접어들었다. 윤 전무는 지난해 동화약품그룹의 지주사 디더블유피홀딩스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이미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랐다. 회사는 3월 임원 인사와 향후 조직개편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