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인 경영스타일도 문제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골드만삭스의 핵심 경영진 일원들이 줄퇴사하면서 솔로몬 CEO에 대한 사내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 부문 책임자인 그렉 렘카우 부대표와 자산운용 부문 책임자 에릭 레인이 최근 모두 골드만삭스를 떠났다. 여기에 소비자금융 책임자인 오머 이스마일은 자신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데이비드 스타크와 함께 월마트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 모두 솔로몬이 자신의 취임과 함께 직접 꾸린 경영진의 핵심 멤버였다. 임원진뿐만 아니라 골드만삭스에서 비트코인 등 신사업을 담당했던 라나 야레드, 얼 헌트 등 파트너급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직 행렬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겉으로 봤을때 골드만삭스는 현재 더할 나위 없는 ‘태평성대’다. 지난해 회사 매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돌발 변수에도 주식시장의 호황에 전년 대비 22% 증가한 446억 달러(약 51조 원)로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가는 1년 새 약 두 배 뛰었다. 지난 수년간 회사의 발목을 잡았던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1MDB 비자금 조성 스캔들도 미국 정부에 총 28억 달러 규모의 합의금을 내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런 외부적 성과에도 측근들의 줄사퇴로 솔로몬은 내부 리더십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으며 동시에 회사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도 직원들에게는 이전과 같은 업무 스타일을 강요하면서 정작 본인은 회사 전세기를 타고 호화 여행을 즐기는 등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주에도 전세기를 타고 카리브해 바부다섬으로 여행을 가서 그곳에서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 자신의 59번째 생일을 자축했다. 회사 전세기는 플로리다와 텍사스 등 미국 내 지점 방문 등 업무용으로 사용됐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솔로몬의 휴가 용도로 쓰이고 있다.
12년간 장기 집권한 전임자인 로이드 블랭크페인의 후임으로 2019년에 CEO직에 오른 솔로몬은 초반에 엄격한 복장 규제를 완화하는 등 유연한 사내 분위기 조성에 힘쓰는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지난해 7월부터 직원들에게 출근을 강요했다. 재택근무가 직원들의 혁신을 막고 인맥 등 사회적 네트워크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임원진의 반대에 부딪혀 진행되지는 못했다.
강압적인 경영 스타일도 문제가 되고 있다. 솔로몬은 사업적으로 놓친 사안을 발견하게 되면 임원들에게 전화해 불호령을 내리는 것은 물론 공개적으로 자신에게 반대되는 언행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스테판 셔가 임원진과 솔로몬 CEO 사이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코로나19로 근무환경 등 여러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수장인 솔로몬은 무관심하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수십 년 간 골드만삭스와 인연을 맺어온 한 업계 관계자는 “옛날 같았으면 골드만삭스의 파트너가 됐는데 그만둔다는 게 말이 안 됐지만, 이제는 그 지위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면서 “솔로몬 CEO는 그래도 상관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