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진정한 워라밸" vs "미친 짓"… '주4일 근무제' 실험 성공할까?

입력 2021-03-1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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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 세계 최초로 정부 차원의 '주4일 근무제' 시범 사업을 추진하면서 도입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4일 근무제가 생산성과 근로자의 행복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오히려 근로자의 임금이 줄어들고 코로나19 시국에서 '시기상조'라는 반박도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는 주4일 근무제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 가디언은 스페인 산업부 관계자를 인용해 현재 주4일 근무제 시범사업 관련 정부 논의가 초기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은 앞서 군소 진보정당인 마스 파이스(Mas Pais·더 많은 국가)의 시범사업 제안을 정부가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EPA/연합뉴스)

이런 움직임은 앞서 군소 진보정당인 마스 파이스(Mas Pais·더 많은 국가)의 시범사업 제안을 정부가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마스 파이스는 희망업체를 상대로 향후 3년간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안을 제시했다. 근무시간 축소에 따른 비용은 사업 첫해엔 정부가 전액 보상하고, 둘째 해엔 50% 보상, 마지막 해엔 33% 보상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마스 파이스는 총사업비를 5000만 유로(약 676억 원)로 책정했다.

이 정당은 가디언에 "약 200개 업체, 3000∼6000명의 근로자가 참여할 것으로 예측한다"라면서 "이 정도 규모의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나라는 스페인이 처음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르면 올가을에 사업이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논의가 시작 단계인 만큼 비용, 참여 업체 수, 일정 등 세부 사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의 '주5일 근무제'는 미국 포드 자동차를 창업한 헨리 포드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5일 근무제, 헨리 포드가 첫 도입…"더 큰 번영으로 가는 길"

현재의 '주5일 근무제'는 미국 포드 자동차를 창업한 헨리 포드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1926년 헨리 포드는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해 노동시스템을 바꿔놓았다. 이전에는 주 6일 혹은 일주일 내내 출근해 일했던 근로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포드는 주 6일 48시간 근무제를 폐지하고 주 5일 40시간 근무제를 전면 도입했다. 특히, 토요일과 일요일에 공장 기계를 강제로 꺼버렸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노동자들이 매주 이틀의 휴일로 더 많은 여가시간을 갖게 되면, 더 많은 차를 살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포드는 "주5일 노동은 더 큰 번영으로 가는 길을 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35년 제19회 총회에서 '주 40시간 단축 협약'을 채택할 당시 "현대 산업의 특성인 급속한 기술 진보의 혜택을 노동자들이 가능한 한 실질적으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능한 모든 범위 내에서 모든 형태의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주4일제 도입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뉴시스)

주4일 근무제, 코로나19로 인한 재택 근무·탄력근무제가 영향

한편, 포드의 결정 이후 한 세기 만에 세상은 '주 5일' 근무제에 이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재택근무, 탄력근무제 등을 통해 '주 4일 근무'가 실제로 가능하겠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어서다.

주4일제를 제안한 스페인 정당 마스 파이스의 이니고 에레혼 창립자는 "스페인 근로자들의 근로 시간은 유럽 평균치보다 많지만, 우리가 생산성 높은 나라 축에 드는 건 아니다"라면서 "일을 많이 하는 게 꼭 일을 더 잘한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정당 측은 실제로 지난해 현지 기업인 '소프트웨어 델솔'이 주4일 근무제를 도입했더니 결근이 줄고 생산성과 근로자 행복도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합류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주4일제 도입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조정훈 의원은 지난달 5일 주4일제 도입에 대해 "장시간 노동은 더 이상 노동생산성과 연관이 없고 오히려 노동자의 건강과 행복에 치명적"이라며 "주4일제의 도입으로 생산성의 확대를 통해서 임금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사회는 일과 삶의 균형을 원한다. 인재 채용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인센티브가 주4일제"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제가 악화한 상황에서 주4일제를 도입할 경우 임금이 줄어드는 등 근무환경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 4일제 도입에 대한 반발도…"시기상조…임금만 줄어들 것"

다만 주 4일제 도입에 대해선 여전히 반발도 크다.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제가 악화한 상황에서 주4일제를 도입할 경우 임금이 줄어드는 등 근무환경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이다.

스페인 재계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중 근무시간을 줄이는 건 "미친 짓"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스페인 최대 경제단체인 경영자총연합회(CEOE) 아라곤 지부의 리카르도 무르 회장은 지난해 말 한 포럼에서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일을 더 해야지, 적게 해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달 16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런 구름 같은 제도를 채택할 수 있는 회사는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히려 현재 상황은 휴식이 없어도 좋으니 1시간이라도 일을 좀 더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수백만의 대한민국의 실업자들에게는 상실감을 주는 조치"라며 "지금은 너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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