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의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 가운데 악재가 또 터졌다. 일본 반도체 대기업 르네사스테크놀로지의 주요 공장인 나카공장에서 19일 화재가 발생해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이바라키현 히타치나카 시에 있는 나카공장으로, 이곳에서는 최첨단 제품인 직경 300mm의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의 주력 공장인 이곳의 폐쇄가 길어지면 세계적인 부족이 계속돼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르네사스는 긴급대책본부를 설치하고 20일 오전부터 현장 검증에 들어갔다. 상황을 확인한 뒤 향후 대응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르네사스는 세계적인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으로 대만 TSMC 등 외부에 위탁하던 반도체 일부를 자체 생산으로 전환했다. 화재가 일어난 공장 건물은 TSMC에서 이관한 첨단 제품의 양산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용 반도체는 전 세계적으로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다. 미국 한파에다 텍사스주에서 일어난 대규모 정전으로 스마트폰 반도체 등에서 세계 5%의 점유율을 가진 삼성전자 현지 공장이 조업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텍사스 오스틴 공장은 미국 퀄컴의 통신용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OLED 패널과 이미지센서 구동용 반도체 등을 생산하고 있다. 네덜란드 NXP세미컨덕터와 인피니언 등의 차량용 반도체 공장도 2월에 일제히 조업을 중단했다. 이 여파로 테슬라는 2월 말 캘리포니아 공장에서의 생산을 일시 중단했고, 혼다자동차도 17일 반도체 수급난을 이유로 미국과 캐나다 공장 5곳의 조업을 22일부터 1주일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이 사실상 삼성과 대만 TSMC로 양분되는데, 이 중 한쪽의 생산 중단 영향이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르네사스 공장까지 폐쇄가 길어지면 자동차 생산에 미치는 영향이 확산할 수 있다. 이번에 불이 난 르네사스의 나카공장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클린룸과 장치가 파손돼 3개월 정도 조업을 중단, 자동차 생산에 큰 영향을 준 바 있다. 올 2월에는 후쿠시마현 앞바다 지진의 영향으로 정전돼 조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