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78.1% "상대적 박탈감 느낀다"
뒤늦게 코딩 공부 시작…실제로 전직도
다른 나라 이야기 같다.
- 직장인 B(28) 씨
IT 업계의 파격적인 연봉 인상 소식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봉이 동결되거나 최악의 경우 직장을 잃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어 박탈감을 넘어 패배감을 느낀다는 호소도 나온다.
이에 뒤늦게 코딩 공부에 나서며 IT업계로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일부 직장인들 "직업 잘못 선택했나" 회의감 나타내
관련한 설문조사도 있다. 9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7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 중 78.1%가 "IT 개발자의 파격적인 연봉 인상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80.6%) 재직자가 대기업(74.5%)이나 중견기업(77.8%) 재직자보다 더 큰 박탈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차별로는 재직 3~5년 차(82.9%) 직장인이 느끼는 박탈감이 가장 높았다.
직장인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돈'이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37.4%는 본인 연봉과의 큰 격차가 박탈감의 주요 원인이라고 답했다. 재직 중인 회사의 연봉과 성과보상 제도에 대한 회의감을 꼽은 응답자도 29.5%에 달했다.
의류 회사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 A(29) 씨는 "IT 업계 소식을 들을 때마다 직무를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한다"며 "부러움과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게임 업계에서 비(非) 개발 직군에 종사하고 있는 직장인 B(28) 씨는 "요즘 개발자는 작은 스타트업까지 연봉을 인상해준다"며 "같은 업계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 같고 부럽다"고 털어놓았다.
같은 개발자라도 게임 업계의 연봉 인상을 부러워하는 일도 있었다. 모 대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직장인 C(28) 씨는 "개발자도 개발자 나름"이라며 "우리도 연봉을 올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T 업계의 연봉 줄인상 소식에 뒤늦게 코딩 공부를 시작한 경우도 있다. 스타트업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D(26) 씨는 최근 알고리즘 공부를 시작했다. D 씨는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하고 생전 이공계와는 관련 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고 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개발자로 진로를 바꾼 직장인 황진하(26) 씨는 실제로 주변에서 "나도 코딩 공부할까"고민하는 이야기를 매우 많이 들었다. 물론 진하 씨처럼 직접 행동으로 옮긴 경우는 드물었다.
아울러 진하씨는 새로 바꾼 진로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IT업계 연봉 인상 소식을 볼 때마다 철학에서 컴공으로 진로를 옮긴 나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양성하는 교육 과정에는 수많은 청년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산업진흥원이 운영하는 무료 개발자 교육 과정 ‘싹 캠퍼스 2기’ 경쟁률은 16.4:1를 기록했다. 1기 선발 때(6.4:1) 보다 3배 가까이 올랐다.
삼성전자의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는 매년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는 인기 교육 과정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입학식을 치른 5기가 750명 수준인 것을 볼 때 올해도 지원자 수만 명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