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길, 금소법] 시행초기 대혼란 불가피?… 은행도 고객도 '깜깜'

입력 2021-03-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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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태’가 쏘아올린, 벼락치기 의결에
이틀 남은 금융사, 매뉴얼 부족, 소비자도 혼란

금융 소비자 보호를 대폭 강화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 시장 현장에서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금융 회사들은 직원 교육 강화와 불완전판매를 막고 책임소지를 피하기 위해 상품판매 녹취 범위를 넓히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금융당국이 보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소비자는 법 시행 열흘 전인 지난 16일에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터라, 시행령 이하 하부규정을 확인할 수 없다. 새로 갖게 된 권리를 행사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 펀드(DLF) 등 사모펀드 사태가 잇따르자, 갑작스레 국회 문턱을 넘은 금소법을 놓고 방대한 내용에 준비 시간 절대 부족이란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사들의 6대 판매 규제를 강화한 금소법이 오는 25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금융사들은 소비자의 재산, 투자 경험 등을 고려해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판매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사실을 고객에게 알리고 약관 조항을 일일이 설명하기 위해 판매 과정 녹취도 해야 한다. 위반시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핵심은 일부 투자상품에만 적용되던 ‘6대 판매 규제’를 모든 금융상품에 의무한 점이다. 6대 판매 규제란 상품 판매 시 △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 행위·부당 권유·과장광고 금지 등이다. 금융회사가 6대 규제를 어기면 관련 수입의 최대 50%를 ‘징벌적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판매 직원이 최대 1억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특히 기존에 투자자문 상품과 보험에만 적용되던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이 모든 금융상품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대출은 가입 14일 이내, 보장성 상품(보험)은 15일, 투자성 상품은 9일 이내에 이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불완전 판매에 대해선 소비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위법계약해지권이 마련된다. 최근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됐던 불완전판매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금소법 시행 가이드라인이 불완전 하다는 점이다. 강력한 규제인 만큼 세부 권리행사 요건이 명확해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게 업계 하소연이다. 위법계약해지권을 행사했을 때 금전적 보상 범위에 대한 논란이 가장 큰 문제다. 고객이 위법계약해지 보상을 요구했을 때 은행이 보상해야 하는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예금, 펀드 등 상품별로 중도해지 수수료가 다 다른데 얼마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지 규정이 없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우려에 6개월간 유예·계도 기간을 갖기로 해서다. 하지만 6개월이란시간이 충분할 지는 미지수다. 상품설명서를 규정에 맞추고, 전산시스템을 새로 수정하는 데만도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소법을 위해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행세칙이 나오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예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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