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당분간 수요 이어질 것… 공급초과 여부 등 확인해야”
부동산 규제가 아파트로 쏠리면서 오피스텔이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 오르는 것)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심지어 오피스텔 가격 상승률이 아파트를 넘어섰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수요가 주춤한 사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로 주택 실수요가 이동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선 오피스텔 몸값이 아파트를 뛰어넘는 ‘가격 역전’도 발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피스텔은 그동안 시세 차익보다는 매달 거두는 ‘임대 수익’이 가치를 결정하는 부동산이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오피스텔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2.8%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값은 10% 올랐다. 오피스텔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0.4% 내렸고, 2019년에도 0.5% 오르는데 그쳤지만, 올해 20% 이상 급등했다.
올해 오피스텔 매매가격 급등은 정부 부동산 정책으로 아파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발길이 오피스텔로 옮겨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와 아파트값 상승으로 대체재 성격의 중대형 오피스텔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덩달아 많이 오른 것이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오피스텔 분양권은 취득세와 양도세 산정 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분양권 처분시 양도소득세율도 기본세율(6%~45%, 2년 이상 보유조건)이 적용된다.
이렇다 보니 오피스텔 청약시장도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뜨겁다. 부동산 리서치업체인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GS건설이 지난 1월 경기 성남시에서 분양한 ‘판교밸리자이’는 282실 모집에 6만5503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232.2대 1를 기록했다. 반면 아파트 1순위 평균 경쟁률은 64.6대 1에 그쳤다. 금호건설이 지난 17일 분양한 ‘세종 리첸시아 파밀리에’는 217실 모집에 6711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30.9대 1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10대 건설사가 지은 오피스텔 중 16곳은 100% 청약 마감에 성공했다.
아파트 분양가보다 더 비싼 오피스텔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분양한 서울 도봉구 도봉동 ‘힐스테이트 도봉역 웰가’ 오피스텔 전용면적 59㎡형 분양가는 5억5550만~5억8844만 원, 전용 84㎡형은 7억3718만~7억8197만 원으로 책정됐다. 바로 옆 ‘중흥S클래스’ 아파트 전용 84㎡형의 지난해 최고 실거래가는 5억7400만 원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분양 당시 이 오피스텔은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지만 평균 9.6대 1의 경쟁률로 완판됐다.
판교밸리자이 역시 오피스텔 전용 84㎡형 분양가는 9억3500만∼10억7300만 원으로 함께 분양한 같은 면적 아파트 분양가(최고 8억6500만 원)보다 더 비쌌다. 당시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분양했지만 오피스텔은 규제를 피했다.
다만, 오피스텔 매매가격 고공행진은 그동안 아파트값이 많이 오른 데 따른 대안적 수요가 몰린 것인 만큼 섣부른 투자는 삼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최근 중대형 오피스텔은 아파트 대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당분간 주택 실수요자의 매수 수요가 잇따를 것으로 본다”며 “아파트값이 최근 몇년 새 많이 올랐기 때문에 대체재로 주거용 오피스텔을 찾는 수요가 당분간 늘 수 있다"면서도 "오피스텔 공급 초과가 발생하면 매매값은 물론 임대 수익률도 하락할 수 있으므로 지역별 공급량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