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내홍의 도화선이 된 건 지난달 금감원 정기 인사 때다. 노조가 작년 말부터 승진시키면 안 된다고 지목해 온 과거 금감원 채용 비리 연루 직원들이 이번 승진 대상에 포함된 것. 노조는 지난 15일 청와대 앞에서 ‘윤석헌 원장의 임무해태에 대한 청와대 감찰 및 해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윤 원장은 채용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김모 팀장이 내규상 승진 자격이 없음에도 승진시켜 금감원 직원의 임면을 결정하는 원장으로서 임무를 게을리했다”며 “윤 원장의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감찰실에 특별감찰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들 인사의 승진에 대해 징계에 따른 불이익 부과 기간이 지났고, 인사평가 결과가 우수해 결정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사 기준에 없는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오히려 공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약 해당자가 금감원을 향해 승진 탈락에 대한 행정소송 건다면 100% 지는 상황”이라며 “정무적으로 판단해서 인사를 결정할 수는 있었지만, 금감원은 규정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원장은 진웅섭 전 원장의 2년 10개월 기록까지 넘어서면서 최근 10년간 가장 오랫동안 일한 금감원장으로 기록됐다. 역사상 첫 연임 금감원장도 노려볼 만했지만 최근 금감원 내 갈등이 불거짐에 따라 윤 원장 역시 남은 임기 2개월 완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남은 기간 안에 윤 원장과 노조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이 역시도 어려운 상황이다. 윤 원장도 노조와의 면담 이후 상당히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난데없는 금감원 내홍에 웃음 짓는 건 금융사다. 특히 은행권은 라임펀드 제재를 목전에 두고 있어 윤 원장 흠집 내기는 반가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회장과 신한은행 진옥동 행장은 금감원에 중징계를 사전통보 받고, 내달 3차 제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이쯤되자 일부 금융사가 윤 원장의 연임설을 수면위로 끌어올려 이슈화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에는 금감원 노조의 행보를 두고 금융지주 이사회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난데없이 연임 이슈가 불거지는 바람에 은행이 하고 싶은 얘기를 우리 노조가 대신해주고 있는 꼴이 됐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번 사태로 대대적인 인사 태풍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음 원장이 온다면 많은 말들을 듣고 올 텐데, 그렇게 되면 감시자, 감독자 위치로 오게 될 것”이라며 “차라리 이번 문제를 공론화시켜 금감원 전 직원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