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독자 개발한 500㎏급 차세대 중형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오후 3시 7분(한국시간) 러시아 소유스 로켓에 실려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우리 중형위성 1호가 102분 후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위성은 근지점 고도 484㎞와 원지점 508㎞의 타원궤도에 안착했고, 본체 시스템 등의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세대 중형위성 1호에는 12㎞의 관측폭을 갖는 해상도 흑백 0.5m, 컬러 2.0m급 광학카메라 등이 탑재돼 있다. 최고 수준의 성능이다. 태양동기궤도를 돌며 10월부터 한반도 등의 정밀지상관측 영상을 보낸다. 이는 지상 변화 탐지, 농작물 작황 조사, 도시계획 수립과 태풍·홍수·산불 피해 관측 및 재해 대응 등에 활용된다.
위성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관으로 2015년부터 1579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 제작됐다. 국내 기업들이 참여했고, ‘표준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 90% 이상의 부품과 시스템 설계·조립·시험 과정도 모두 국산화했다. 앞으로 민간기업들이 표준플랫폼을 활용해 2호기(2022년 발사 예정)와 이후 3∼5호기를 더 제작·발사하고, 수출산업화도 적극 추진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부터 위성체 개발에 나서 그동안 우리별·천리안·아리랑 위성, 과학기술위성, 다목적 실용위성 등을 제작해왔다. 대부분 소형급이었지만 기술 축적을 바탕으로 이번 중형위성 개발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우주기술 자립을 위해서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핵심 관건은 위성을 실어 우주로 쏘아올리는 로켓인 발사체의 독자 개발이다. 한국은 그동안 미국이나 러시아, 유럽 등의 발사체에 의존해야 했다.
우주 선진국들의 기술이전을 기대할 수 없는 탓에, 우리도 2010년부터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의 개발을 독자적으로 추진했다. 누리호는 오는 10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가 예정돼 있다. 이를 앞두고 1월말 1단 엔진의 30초간 1차 연소시험과 2월 100초의 2차 연소시험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75톤 추력의 액체연료 엔진 4개를 하나로 묶은 1단 추진기관은 발사체의 가장 까다로운 핵심기술이다. 곧 130초의 3차 연소시험이 성공하면 개발의 마무리 단계다. 누리호는 길이 47.2m, 직경 3.5m에 200톤의 중량을 갖는 로켓으로 1.5톤급 중형위성을 고도 600~800㎞의 저궤도에 띄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발사체의 독자 개발은 우주기술 자립과 미래시장 개척의 전제 조건이자 안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리는 강대국에 수십 년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기술개발의 안정적인 진행과 민간 기업의 수요 확보, 차질없는 로켓 발사를 위한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더 절실해지고 있다.